[소강석 목사 목양칼럼] 급조된 기도회와 큰 감동

  • 입력 2018.04.29 08:5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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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어느 집사님과 마라톤 면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영진 장로님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화를 못 받으니까 비서실로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이유는 4.27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에서 평화기도회를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찬양대를 요청하고 평화 메시지와 축시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고사를 했더니 이렇게 급하게 메시지를 준비하고 시를 쓸 분은 한국교회에 저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미 김진표 의원님과 채의숭 회장님, 조배숙, 이혜훈 의원님과 의논이 다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저녁에는 우리 총회 은퇴목사님들을 위로하는 집회를 가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메시지를 구상하고 시를 써야 했습니다. 메시지를 준비하고 시를 써서 미리 보냈습니다. 더 잘 쓸 수도 있었지만 행사 전에 미리 시를 보내야 하니까 아쉬운 마음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서 메시지를 전하고 시 낭독을 하고나니 아주 적지 않은 울림과 감동을 준 것입니다. 오죽하면 제 시 낭독을 듣고 박주선 국회부의장님과 김진표 의원님께서 제 시가 노벨문학상감이라고 했겠습니까? 덕담이었겠지만요. 참고로 시 전문을 게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방의 달빛이 안개 자욱한 호반의 물결 위로 뜨는 밤 / 저 백두대간의 허리를 끊고 순백의 심장을 찢었던 / 그 날 새벽의 포성소리에 / 한 형제, 한 동포가 서로를 향하여 총을 겨누고 창검을 찌르며 / 봄을 빼앗긴 채 보내야 했던 통곡과 광폭의 기나긴 겨울 / 그 겨울 끝자락 아직도 통곡의 메아리는 / 조국 산야에 울려퍼지고 있고 / 동족상잔의 비극적 수레바퀴는 /민족의 광야에 핀 들꽃들을 무참히 짓밟으며 / 잔혹한 분단의 상처는 바람의 날선 칼날이 되어 / 가녀린 백의민족의 허리를 베어 왔는데 / 또다시 북한의 핵 도발이 전쟁위기의 폭풍이 되어 / 4월이면 어두운 전운의 먹구름이 드리우리라 하던 때 / 평창의 설원 위에서 평화의 설국열차가 출발하였고 / 그 평화열차는 남북평화협력 공연의 꽃길을 따라 / 통일열차가 되어 은빛 레일 위를 달리기 시작하였으며 / 2018 남북정상회담의 꽃송이를 피우게 되었으니 / 이 어찌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의 손길이 아니리오 / 주여, 2018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 민족의 광야에 평화의 무지개가 떠오르게 하소서 / 저 끊어진 철길을 따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 향기로운 화해의 꽃길이 열리게 하소서 / 미움과 증오의 말폭탄이 용서와 화해의 꽃향기가 되게 하시고 / 냉혹한 전운의 기운이 보드라운 평화의 꽃잎들이 되게 하시며 / 남북정상회담이 화평의 꽃송이가 되어 그 꽃송이로 인해 / 남북의 들녘에 평화의 봄이 오게 하소서 / 저 얼어붙은 북미간의 겨울산에도 / 그 꽃송이 하나로 새로운 봄이 오게 하소서 / 4.27 남북정상회담이여! / 이제는 위장된 평화가 아닌 진정한 봄을 오게 할 꽃송이여! / 새봄의 황금서판에 눈부시게 새겨질 / 불멸의 사랑과 용서, 화해의 대서사시여! / 상처와 긴장, 불면의 겨울밤을 지나 치유와 화평의 봄을 깨우는 / 봄꽃 전령사의 가슴 부풀게 하는 종전(終戰)의 발자국 소리여!”

시에는 시대정신이 있어야 하고 예언자적 혼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난번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성공기도회를 할 때도 제가 헌시를 써서 낭독했는데 그 시 대로 된 것입니다. 또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시를 낭송한 것은 아니지만 저의 메시지가 크게 쓰임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저의 시대로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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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장소에 보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공기, 파장, 분위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문대통령의 언어 한 마디 한 마디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대통령의 언어가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언어가 되도록 기도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도 하나님께서 주관해 주셔서 마음을 확실히 열고 문대통령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저는 이렇듯이 한국교회 생태계를 지키고 신학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수주의 목사이고 보수 라인에서 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민족문제와 평화문제에 있어서는 진보 라인과 소통을 하고 활동을 해 왔습니다. 우리 세대는 남북갈등과 충돌,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왔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진정한 평화의 세상과 시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죠.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대화의 물꼬가 잘못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하고 우리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급조된 기도회였지만 큰 감동이 있었고 한 송이 평화의 꽃을 피우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와 우리 교회를 써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도 감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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