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의 날, 1일 추모공원 운영돼

  • 입력 2014.09.15 16:49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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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크기변환_뇌사장기기증인을 위한 추모공원.JPG
 

지난 13일 토요일, 올림픽공원 내 피크닉광장에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나들이를 나선 이들이 모였다. 자녀나 부모님, 혹은 배우자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38가족이었다. 이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먼저 떠난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통해 수 많이 사람들의 새 생명을 찾아주었기 때문이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는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열린 ‘2014 생명의 물결 걷기대회’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고 간 기증인들을 기리는 1일 추모공원을 운영했다.

추모공원에는 4살의 어린 아이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기증인들의 얼굴이 담긴 기념비가 공원에 놓여져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 기념비 앞에 서서 헌화를 하거나 짧게 묵념을 하며 그들이 남기고 떠난 사랑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고,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지난 2002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린 故 편준범 씨의 아버지 편무성 씨는 “오늘 우리 준범이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우리 아들의 모습을 함께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추모공원에 있는 이들 중 가장 앳된 얼굴을 한 故 왕희찬(당시 4세)군의 기념비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인 희찬 군의 기념비 앞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희찬 군의 아버지 왕홍주 씨는 딸 왕수향 양과 함께 추모공원을 찾아 “수향이에게 먼저 떠난 오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추모공원 덕분에 희찬이가 하고 간 아름다운 일들을 수향이에게도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한 장기기증 서약, 의미 되새기는 시간 됐다

한편 추모공원을 찾은 장기기증 서약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약속한 일을 먼저 하고 떠난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기념비를 바라보며 자신들이 한 장기기증 서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장기기증 등록자 최윤주 씨는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막연히 나중에 기증을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오늘 실제로 기증하신 분들이나 그 가족 분들을 만나니 내가 한 장기기증 서약이 훗날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를 낳게 되는 지 몸소 느끼게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을 위한 1일 추모공원이 차려진 올림픽공원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생존시 신장기증인 및 이식인, 장기기증 서약자 700여명이 참석해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걷기대회 후에는 장기기증에 대해 알리는 다양한 부스 프로그램이 열렸고, 생존시 신장기증인들과 이식인들의 체육대회도 이어졌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13일 생명의 물결걷기대회에 참여한 600명의 시민의 모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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