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고시는 기본일 뿐 사람이 되어야 목사가 된다

  • 입력 2014.09.17 09:2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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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목사고시. 구약, 신약, 조직신학 등 몇 가지 과목에서 문제가 출제되고 모든 과목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얻어야만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목사고시만 통과하면 이후 과정은 형식적인 것으로 어렵지 않게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목사고시에 합격했다고 해서 무난히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시대는 종언을 고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회장 신상우 목사, 이하 카이캄)에서만은 이러한 사실이 분명하다.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에서는 오는 제30회 카이캄 목사안수 대상자들의 면접이 진행됐다.

이날 면접은 비전홀과 믿음홀에서 일반면접과 심층면접으로 분리돼 실시됐다.

카이캄에서는 목사고시와 함께 개인의 인성과 성품, 성격을 분석하는 인성심리검사(MMPI/MCMI)를 전 응시자를 상대로 실시한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분류해 특이할 만한 위험사항이 발견되지 않는 이들은 일반면접을 치르게 되고, 반면 주의군과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별도로 선별돼 심층면접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제30회 목사안수 응시자 104명 중 심층면접 대상자는 4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명씩 한 팀을 이뤄 면접장으로 입장했고, 2~3가지의 공통질문에 답변한 뒤 한 사람씩 개별 심층면접이 진행됐다.

면접위원으로 참석한 신상우 목사(카이캄 회장), 윤세중 목사(카이캄 목회국장), 윤태열 목사(일산축복교회), 최은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센타 소장), 홍경화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학) 등 5인은 형식적이고 겉핥기식의 질문이 아니라 집요하게 파고들어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던졌다.

“목회자가 되기로 한 뒤 가장 후회스러운 때가 언제였나?”, “성공한 목회자의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존경받는 목회자들이 각종 도덕적, 사회적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등 공통질문조차도 결코 쉽지 않았다.

지원자들은 미리 준비한 듯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가다가도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질문에 맞닥뜨려 당황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그들의 표정은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한 지원자는 이날 심층면접에서 ‘농촌목회’를 비전으로 밝혔다. 하지만 면접위원 윤태열 목사는 지원자의 비전이 막연하다며 좀 더 구체적인 계획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최은영 교수는 “당신은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향”이라며 “이 길을 가려 한다면 당신의 성향을 분명히 알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걸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신은 사역자로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는 숨어있는 화가 나타난다. 당신은 철저해야 하고 틀리면 안되는 성향이 보인다. 자기 맘대로 안되면 화가 나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했고, 심사위원들은 지원자의 답변과 표정, 자세 등을 유심히 관찰해 평가했다.

이날 카이캄 심층면접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단순히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려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들의 부족한 부분과 염려스러운 부분들에 대해 알려주고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에 환상을 가진 지원자에게는 냉철한 현실을 인식시켜주고, 인간관계에서 발견된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연히 핑크빛 미래를 전망하는 이들에게 철저히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모습과 자질을 점검하며, 목회철학과 계획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카이캄의 면접 지향성은 단순히 당락을 결정하는 선을 넘어 지원자 개개인의 성장과 개선을 돕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번 카이캄 면접을 통해 목사안수 지원자 104명 중 2명이 탈락됐다. 6명은 안수보류로써 치유를 위한 상담을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했고 사역훈련을 권고했다. 탈락자들은 목사로 안수받기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된 이들이지만, 안수보류자들은 상담과 사역훈련을 통해 재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면접을 통과한 96명은 10월20~22일 마련된 바른미래목회세우기 세미나에 참석한 뒤 10월27일 할렐루야교회에서 목사로 안수받게 된다.

특히 바른미래목회세우기 세미나에서는 목사안수 최종 대상자 96명에게 1:1로 인성심리검사 결과를 상세히 전달하고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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