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냐 영입이냐 갈피 못잡는 한기총

  • 입력 2018.05.14 22:04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jpg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중심에서 연합기관 통합에 통상적으로 만장일치 적극 지지를 표명해 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에서 통합 추진 안건이 보류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기총은 지난 11일 제29-2차 임원회를 열고 ‘통합추진위원장 및 위원 추대의 건’을 논의한 결과 격론 끝에 안건 자체가 보류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몇 증경대표회장들을 중심으로 일부 임원들이 ‘통합’이 아니라 ‘영입’이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함에 따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안건을 상정한 서기 황덕광 목사는 “최성규 목사가 통합추진위원장을 했었고, 한교총과의 통합위원장으로 이태희 목사를 임명함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어쨌든 연합을 해야 하고, 한기총으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엄기호 목사는 “통합하는 건을 먼저 다루겠다. 항상 통합하자는 말은 만장일치로 해왔다. 기하성 실행위에서 한기총이 통합 의사가 없으면 탈퇴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가결된 대로 보고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가장 먼저 발언권을 요청한 엄신형 목사는 “한기총이 이중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 여기서는 영입하자고 해놓고 저기서는 통합하자고 하면 안 된다. 저 사람들 바보가 아니다. 통합인지 영입인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두 가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성규 목사는 “한교총은 임의단체이지 법인이 아니기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7.7법으로 돌아가 다시 들어와 같이 가자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복귀하는 운동을 벌여야지 통합은 무슨 통합인가”라고 영입을 주장했다.

오관석 목사는 “너무 법 따지지 말고 일이 되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김창수 목사는 “한교총에는 우리 정관에 위반되는 교회들이 있다. 그걸 가려야 한다. 그럼 천주교도 받을 것인가”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논의가 가열되자 엄기호 목사는 “이제까지 역대 임원들이 통합하자는 말을 계속 해왔고, 유효한 것이다. 밖에 나가서 복귀라고 대화를 해봐라. 되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라며 “회기가 바뀌었기에 정돈하여 힘을 받아 가자는 것이다. 정 안 되면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만 가부를 묻겠다”고 정리에 나섰다.

조경삼 목사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간과하면 작은 것 때문에 결국 문제가 된다”며 “영입도 그렇고 통합도 그렇다면 연합이나 일치는 어떤가.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서 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자 최성규 목사는 갑자기 정회할 것을 동의한다며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엄기호 목사는 “이제까지 계속 통합에 찬성해왔는데 이제와서 뒤집어서 안 한다고 하면 안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찌되든 하나를 추구해야 한다”며 “오늘 가결이 되든 안 되든 기하성 교단은 결정을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반발하듯 이건호 목사는 “정관대로 해야 한다. 한교총과 한기총이 합쳐야 할 당위성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한교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법대로 해서 우리가 영입하는 것으로 하고, 이게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계속 합치자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임원회는 ‘통합위원장 및 위원 추대의 건’은 커녕 ‘통합’이냐 ‘영입’이냐는 입장도 정리하지 못한 채 폐회됐다.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지난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실행위원회를 열고 교단총회가 열리는 21일까지 한기총이 한교총과의 통합을 선언하지 않으면 한기총을 탈퇴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한기총이 이대로 통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21일 맞을 경우 여의도총회는 한기총 탈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총회 관계자는 “한기총이 통합을 결의하지 못할 경우 여의도총회는 한기총을 탈퇴하게 된다. 빠르면 총회 현장에서 다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기총 임원회는 이날 ‘고소 고발자 징계의 건’도 안건으로 다뤘으나 이 역시 보류됐다.

이 안건은 한기총을 향해 직무정지 가처분을 제기한 개혁총연 총회장 이은재 목사를 겨냥한 것으로, 개혁총연 증경총회장인 엄신형 목사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엄 목사는 “대표회장 권한으로 한기총 내부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인데 일방적으로 징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법적으로 다룬다면 그동안 고소 고발했던 사람들은 다 똑같이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말을 보탠 최성규 목사는 전광훈 목사와 김희선 장로 등을 거론하며 “이번에 고소고발들을 많이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 이 모든 사람들을 다뤄야 한다. 세 사람을 같이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받은 엄신형 목사는 “3년 전까지 다 포함해서 일일이 소환해 조사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일이 커지자 엄기호 목사는 “3년간의 일을 어떻게 다 하나. 도저히 안 된다”며 안건을 보류시켰다.

이 외에도 한기총은 ‘신천지대책세미나의 건’을 통과시켰고, ‘남북조찬기도회의 건’은 안건을 취소했다.

특히 한기총은 그동안 한기총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용한 재정에 대해 모든 자료를 조사해서 공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엄신형 목사가 과거 목적헌금한 10억원과 엄기호 목사가 납부한 발전기금을 포함해 홍재철 대표회장 시절의 재정,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용한 금액 등에 대해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를 불러서라도 조사해 공개키로 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