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시아 성지순례(18)

  • 입력 2018.05.17 10:5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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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목사
▣ 영월주님의교회 
▣ 전 터키 선교사

서머나 (현지명, 이즈미르)

푸른 에게 바다를 바라보고 아름답게 펼쳐진 고대 도시 서머나는 터어키 3대도시로, 오늘날 ‘이즈미르’라고 부르는데 이스탄불 다음으로 큰 항구도시이다. 고대 헬라 철학자인 아리스티데스(Aristides)는 서머나의 아름다움을 가리켜 서머나는 아시아의꽃이자 면류관이라고 평하였다. 현재 이곳에는 인근 내륙에서 생산되는 지중해선 작물인 포도와 올리브 및 각종 농산물과 대리석 등이 이곳을 통해 멀리 해외까지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천혜의 자연 조건 속에서도 서머나에 사는 초대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많은 고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당시 이 도시를 정복한 로마제국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로마 황제를 숭배하는 중심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머나인들은 당시 로마 황제인 티베리우스황제를 숭배했고, 특히 도미티안 황제 때에는 황제가 자신을 신격화하여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큰 핍박을 가하였다. 이러한 환란 중에 사도 요한은 에베소에서 결박되어 밧모 섬으로 유배를 당하였고 서머나 교회도 큰 환란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주님께서 서머나 교회에게 주신 말씀 속에서 우리는 서머나 교회 교인들이 당한 고난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9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비방도 알거니와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탄의 회당이라 10 너는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에서 몇 사람을 옥에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 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계 2:9~10)

서머나 교회 신자들은 예수를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 시련을 겪어야만하였다. 첫째로, 신자들이 황제 숭배를 하지 않게 되자 로마의 무력 앞에서 고통을 감수하여야만 하였다. 그리고 둘째로, 그들은 물질적인 궁핍을 경험해야만 했다.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불이익을 당하였던 것이다. 필자가 이슬람 국가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하면서 겪은 가슴 아픈 일 가운데 하나는 현지인들이 예수를 믿든 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압력을 받는 것이었다. 기독교인이 된 형제자매들이 억지로 좋은 직장을 잃어버리고 경제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번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실한 삶을 보면서 나는 믿음이 세상을 이기는 것을 경험하였다. 아마 서머나 교회 신자들도 그랬을 것이며 그러므로 주님은 두 번씩이나 내가 너의 희생과 고통을 아신다고 하였던 것이다.

서머나 교회는 박해가 점점 심하여져 155년 2월 23일 당시 서머나 교회의 폴리갑 감독이 순교를 하였다. 순교에 앞서 폴리갑 감독을 향하여 로마의 집정관은 당신이 예수를 저주하고 로마의 황제를 주님이라고 고백하라고 회유하였지만 그는 결연하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내 나이 86세, 우리 주님은 단 한 번도 나를 부인하신 적이 없는데 어찌 주님을 부인할 수 있소” 그가 이렇게 말하자 당시 기독교인의 우두머리인 폴리갑의 화형 집행을 보러 나왔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 광경을 보고 예수를 믿기로 작정하였다고 한다. 현재 17세기에 그를 기념하여 세워진 폴리캅 기념교회(서머나 교회)는 요한 계시록에 나와 있는 일곱 교회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교회로서, 지금도 주일이면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이 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터폰으로 통화해서 허락되면 지하교회에 들어갈 수 있다.

교회 내부를 방문하면 순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성화가 하나 있는데, 19세기 때 교회를 보수하면서 프랑스 화가 레이몽드 페레가 그린 성화가 바로 그것이다. 불이타는 화형을 배경으로 하여 두 손이 꽁꽁 묵인 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당시 서머나 교회의 폴리갑 감독과 칼을 든 좌측 병사 뒤에는 다소곳이 순교의 차례를 기다리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레이몽드 페레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그는 순교한 폴리갑의 삶을 바라보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주님을 배반하지 않고자 하는 화가의 신앙적인 결단의 모습을 이 성화 속에 새겨 넣은 것이다. 이곳을 나오며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계2:10)라는 주님의 음성이 귓전을 멤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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