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칼럼] 떨어지는 물만 폭포를 이룬다

  • 입력 2018.05.20 10:1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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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떨어질 때가 아름답습니다. 떨어지는 물이 만들어내는 폭포가 탁월한 장관을 이루죠.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높아지려고 아귀다툼을 하고 1등을 죽이는 분위기입니다. 천리마는 천리를 달리게 해야 하는데, 천리마의 힘줄을 끊어버리고 1등을 끌어내리려고만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우리 교회는 10년 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못한 농어촌 목회자나 개척교회 목회자 200명을 초청하여 중국 상해와 항주, 소주 등 여행을 보내드리며 세미나로 섬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 한기총과 한교연이 나눠졌을 때 두 연합기관에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한기총과 한교연 중심에 있는 지도자들을 신라호텔에 모아주십시오. 300명이 되었건, 500명이 되었건 제가 최고로 식사 대접을 잘하고 교통비까지 드리겠습니다. 단 1시간만 강연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때 저는 동로마 제국의 처참한 멸망사를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동로마 제국의 멸망의 원인은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거든요. 그것도 변방으로 쫓겨났던 화상반대파들이 투르크 족들과 손잡고 동로마를 비참하게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한국교회도 분열과 다툼을 계속한다면 똑같은 역사가 반복될 것이니 서로 연합하고 하나되자고 호소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 쪽에서 사람을 소집하면 반대쪽에서 안 모인다고 하고, 또 반대쪽에서 주도를 하면 다른 쪽에서 안 오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일은 중재할 지도자가 없어서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교회가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를 위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종민 목사님이 “그러지 말고 우리 총회를 섬기고 이끌어가는 그룹들을 터키 이스탄불로 모시고 가서 폐허의 터에서 총회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디자인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점차 한국교회 연합기관으로 확대해 보시지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회장님을 비롯해서 총회 주요한 분들과 의논 했더니 너무 좋은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에 100% 다 찬성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그렇지 김영란 법까지 거론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야 전문 변호사와 의논했을 때 전혀 문젯거리 없이 할 수 있는 방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교단의 지도자와 의논 했더니, 그런 오해가 있을 바에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충고를 받았습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사욕의 동기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 당연히 밀고 나가겠지만, 교단의 공익과 리더십의 세움을 위해 추진한 것이기에 과감하게 내려놓자, 무조건 포기하자.”

 

그 날 오후 저는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모처럼 산을 향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산에 가면 골치 아팠던 머리도 개운해지고 그렇게 무겁던 등도 가벼워지거든요. 산행하는 동안 아름다운 심원의 숲속에서 떨어지는 은밀한 폭포의 모습을 생각해 봤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설악산의 12폭포나 구룡폭포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으로만 그려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떨어지는 물만이 아름다운 폭포를 이루죠. 그리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그 물은 드넓은 세계로 흐르고 흘러 마침내 바다로 향합니다. 흐르는 물이 어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우화적으로 표현한다면 떨어지는 물이 이렇게 이야기하겠죠. “아, 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을 때는 두렵고 떨렸지만 이제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나니 저 넓은 강을 향하여 흘러가는 푸른 강물이 되었구나. 그리고 마침내 저 넓은 바다에 합류하겠지.” 그렇듯이 저의 이러한 빠른 선택과 포기가 우리 총회에 아름다운 폭포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정말 우리 교단이 먼저 하나가 되어 한국교회라고 하는 푸른 강물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염원으로 이 일에 과감히 떨어지는 물이 되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문제가 사라지고 오해가 풀리는 가까운 날에 반드시 시행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도 머릿속에는 계속 이 구절이 맴돌고 있습니다. 떨어지는 물만이 아름다운 폭포를 이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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