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두고 찬반양론 격돌

  • 입력 2018.05.29 16:1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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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여성 기득권 침해 검토” 법무부 “낙태 급증, 처벌 불가피”

시민연대 “여성의 건강과 출산권 지키기 위해 현행법 유지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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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시술로 기소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6년 만에 공개변론을 재개했다. 이에 지난 5월24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청구인 측은 이날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임부의 건강권 또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변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낙태죄 합헌 입장인 법무부 측은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책무이고,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며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헌법규정 자체는 합헌이고, 임부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낙태의 허용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제도개선의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형법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부처를 넘어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작 모자보건법을 소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생명운동연합,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낙태반대운동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변론이 진행되던 5월2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법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는 낙태법을 바꾸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우려하며 “낙태법은 지금까지 처벌보다는 생명을 소중히 여겨 낙태를 예방하도록 하는 기능을 해왔다. 여성의 건강과 출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현행법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연대는 ‘낙태죄 폐지 반대 공동성명서’를 통해 “낙태가 여성의 권리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태아가 독립적 인간생명이라는 생물학적, 발생학적 기본 전제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낙태 수술이 여성의 몸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낙태 허용 자체가 남녀 양자 모두가 관여한 임신에서 더욱 여성의 부담만을 가중하고 남성의 책임은 면제시킬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이처럼 법적,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생명을 위협하고 여성의 건강을 침해하는 긴급한 상황에 맞서 우리 국내 생명보호단체는 생명을 지키고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 성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변하면서 실태조사를 약속한 바 있으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오는 7~8월까지 1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이 조사 결과는 오는 10월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향후 낙태죄 폐지를 두고 격돌하는 찬반양론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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