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지 아니 함

  • 입력 2018.06.14 09:5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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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jpg
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한 번은 어떤 재판관이 은둔자 모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를 만나러 스케티스로 갔다. 형제들이 모세에게 재판관이오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모세가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길에서 모세는 재판관 일행을 만났다. 재판관이 물었다. “노인장, 모세라는 사람의 거처가 어디요?” 모세가 대답했다. “무엇 때문에 그 노인을 만나려 하는 것이오?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오!” 재판관은 교회로 가서 장로들에게 물었다. “나는 모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그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이집트로 가는 어떤 노인을 만나 모세의 독방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모세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장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고결한 모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한 노인의 생김새가 어떠했습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검은 피부에 키가 컸고, 다 낡아 해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장로가 말했다.

“그 노인이 바로모세입니다. 당신을 만나고 나면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까 봐 일부러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재판관은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갔다. 『깨달음』인용이 이야기는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기독교 영성 가들의 삶과 훈련을 단편적으로 역은 사막교부들의 금언집에 나오는 내용 중 하나이다. 오늘 우리들의 신앙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과 영성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성경을 가장 원색적으로 읽고 살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가 성경을 열심히 읽고 교회를 부지런히 다니고 말씀대로 산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 기호에 맞게끔 각색을 한 후 따르고 믿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성경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시대를 이야기 하고 오늘 이 시대에 맞는 것이 아니라며 무시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사막교부들은 될 수만 있으면 말씀대로 살아가 보려고 힘썼던 사람들이다.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거나 하나님을 위해서 하나님이 기뻐하는 것을 살아가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오늘 우리들의 눈에는 비현실 같기도 하고 너무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보는 것은 순수한 말씀을 보존하려는 시도이다. 위의 이야기를 보더라도 우리들의 신앙의 단면과는 다르다. 우리는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될 수 있으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게 나타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런데 사막교부들의 삶은 다르다. 철저하게 감추는 것이다. 그들의 근본 생각은 모든 칭찬과 영광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나타내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배척을 당하고왕 따를 당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사막교부들에게는 오직 내면적인 기쁨과 즐거움이 있을 뿐이었다.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철학이 있었다.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이 아시면 되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 이다. 이것이 사막교부들의 미덕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수 십 년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아도 화려하지도 않아도 철저하게 자신을 억제하며 위를 향해서 너무나 가혹 하리 만큼 자기 관리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어떤가? 성경을 보아도 내게 편리하고 유익한 것만 골라 이해하는 편식을 한다. 다분히 이해타산 적이다. 이제 우리들도 기독교의 영성의 원천이라고 평가 받는 사막교부들처럼 미련하게 살 필요가 있다. 오직 하나님께만 인정을 받으려 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상업적이고 군더더기가 더럭더럭 붙은 것들을 이제는 벗길 때가 되었다. 순수를 찾았으면 한다. 우리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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