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는 진짜 양심적인가

  • 입력 2018.07.06 10:5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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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양심적병역거부’와 관련한 최종 판결에서 병역법 제88조 1항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을 합헌(합헌4, 위헌4, 각하1)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제5조는 ‘헌법 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아니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과 예비역, 그리고 보충역과 병역준비역, 전시근로 역으로 만구분하고 있을 뿐 대체복무제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폐일언(蔽一言)하고, 소위 ‘양심적병역거부’에 관한 토론이 있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해온 ‘군대 간 사람은 비양심적이냐?’라는 항변을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랐으나 이번 헌재(憲裁)의 판결은 사뭇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헌재가 이번 판결에서 병역법 제5조를 내년 말까지 개정하라고 한 것은 이른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자를 처벌할 경우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를 ‘양심의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따라서 이는 곧 ‘양심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화 시킨 셈이 된 것이다.이번 헌재의 판결에 쌍수를 들어 반기는 이들은 역시나 우리 기독교가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여호와의증인’신도들이다. 특정한 종교의 교리에 따른 병역의 거부가 정당화 된다는 말은 곧 군대 가기 싫으면 이 종교를 믿으라고 국가가 등 떠미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모든 국민의 생각에 별반차이가 없을 듯싶은 것이, 도대체 양심의 자유란 것이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이를 판단할 것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자칫 특정한 종교(여화와의증인)를 믿으면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이상한 잣대가 만들어지기라도 한다면 이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거나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가 비양심적인 사람들로 매도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수준이 영 함량미달이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의 판결로 더욱 우려스러워진 것이 또 하나 있다. 현행 병역법이 규정한 병역거부자 처벌에 있어, 같은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단지 그 이유가 ‘양심적’이라 하여 징역형이 아닌 대체복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길을 열어줌으로써 모법인 병역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헌재도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앞으로 마주하게 될 국민적 저항과 만만치 않은 반론을 의식해서인지 판결에 관해 장황한 설명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서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없는 가장 첨예한 문제는 그동안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로 분류되어온 사람들 대부분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라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4년부터 2013년 사이 10년간 전체 병역 거부자는 6,164명이라고 한다. 그 중 여호와의증인 신도의 수가 6,118명으로 전체의 99.2%에 달한다. 헌재의 판결이 나자 여호와의증인 측에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일 뿐 교단(종단)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로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나 아마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듯싶다. 헌재가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전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들은 진짜 ‘양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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