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신발, 편한 사람

  • 입력 2018.08.16 15:4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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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폭염으로 인해 연일 대지를 달구다 보니 요즘 개인적인 시간에는 시원한 샌달을 신고 다닌다. 언젠가 가격도 괜찮고 품위도 있어 보이는 멋진 샌달을 산 적이 있다. 신을 때마다 스스로 품격이 보이는 듯 기분이 좋았다. 문제는 신으면 발이 불편하다는 것. 누구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라지만 조금만 걸어도 발에 쉽게 무리가 오고 피로가 빨리 느껴졌다. 폼이 난다고 계속 신을 수도 없고 버리지도 못하던 차에 그만 어디선가 잃어버리게 되자 오히려 속이 시원했던 적이 있다. ‘샌달이 하나 필요한데’ 하다가 어떤 기회에 신발 가게에 갔는데 한 눈에 참 못생긴 샌달이 보였다. 실밥 처리도 투박하고, 모양도 촌스럽고 멋을 부린 것이 전혀 없는 그냥 저냥 평범한 것이었다. 마침 세일 딱지가 붙어 있어서 싼 맛에 ‘한 번 신어는 보자’고 신어보았는데 기대 이상 너무 편안했다. 발을 편안하게해 주면서도 어느 정도 쿠션이 느껴지고 대체로 좋았다.

그러나 살짝 고민이 되었다. 누가 디자인 했는지, 못생긴 샌달을 살까말까? 다시 신고 매장을 걸어보며 여러 번 망설이다가는 그 가게에서 돌아 나오는 나의 손에는 그게 들려져 있었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 때 산 샌달은 요즘 보기에도 촌스럽고 투박하다. 그런데 너무 편하고, 오랜 시간을, 때로 거친 길을 걷고 다녀도 발에 무리가 전혀 없다. 갈수록 마음에 든다. 그런데도 욕심인지, ‘신발은 편한 게 최고다’ 하면서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모양도 좋고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값도 착하고 예쁘고 편한 인체공학적인 신발을 누가 열심히 만들고는 있겠지. 런던 유학 시절, 젊은 날이어서 그랬는지 그때는 이해가 잘안 되는 일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인,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황태자비, 아름답고 젊은 미모의 다이애나 왕비의 외롭고 슬픈 삶이었다.

그녀는 찰스 황태자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왕실에서도 겉돌았다. 들려오는 소문에 찰스가 다른 여인, ‘카멜라’와 사귄다는 것과 다이애나도 현재 ‘도디’(유명한 런던 헤롯 백화점의 주인 아들)와 사귄다는 것이었다. 어느 주일 아침, 교회를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같이 사는 사람들 중에 어디선가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교통사고로 다이애나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선망의 대상이든 미움과 정죄의 대상이든 간에 다이애나는 모든 영국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중요한 여인이었다. 깜짝 놀라 TV를 켜니, 다이애나의 죽음이 뉴스 속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든 질문 하나.

왜 찰스는 그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두고 카멜라를, 이미 나이 들고 피부도 거무 잡잡하고(?) 자녀까지 둔 이혼녀를 좋아할까?(결국 나중에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지금도 잘 살고있다.) 모양 좋고 불편한 신발보다 편한 신발을 찾듯, 멋지고 유명한사람, 격식을 차려야 하는 모임과 그런 사람보다는 마음이 통하고 편안한 사람이 좋아서가 아닐까. 그래야 관계도 오래간다. 그렇다면 나는 주님께 부담되고 불편한 목사일까, 주님께서 언제든지 불러 사용하실 수 있는 편한 종일까? 오늘도 찌는 더위, 찜통 같은 날에도 내 발을 편하게 감싸주는 샌들을 신으며 나를 돌아본다. 사람들이 알아주고 보기에만 멋진 목사가 아니라 주님 쓰시기에 편한 목사가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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