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하게 삽시다

  • 입력 2018.08.23 14:2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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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 웰 다잉 전문 강사, 암을 이기는 건강세미나 강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상위권입니다. 그런데 2015년 OECD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중 자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OECD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는 32.5%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별난 건강에 대한 염려 증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파이넨셜 타임지가 “김치와 건강염려증이 한국인을 장수하게 만든다.”고 분석했겠습니까? 요즘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이 계속해서 높아지면서 이에 비례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관심이 지나쳐 건강염려증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입니다. 건강염려증은 복통, 두통, 피로감 등의 사소한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합리적으로 지각하고 심각하게 인식하여자신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마음의 집착과 질병에 대한공포를 갖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기침감기에 걸리면 폐렴이 아닌 가 염려하고, 소화가 잘 안되면 위암을 의심하고,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에 걸렸다고 믿는 등 자신의 신체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건강염려증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4천명 가까이 진단받는 실제 질병입니다. 건강염려증은 건강보험의 질병 분류 코드에도 등록된 공식 병명입니다. 병원을 찾는 사람 중 4~5%는 건강염려증 환자에 속한다고 합니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몸이 아픈데도 합당한 치료를 못 받고 있거나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오진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돌며 CT, MRI 등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닥터 쇼핑을 합니다.

 

근래에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의학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많은 의학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건강염려증은 없는 병을 만들어 냅니다.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건강염려증입니다. 중년이 되면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 증상이 감지됩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이 모이면 대화의 대부분이 건강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건강염려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65세 이상 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살면서 가장 후회한 일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 것도 아니었고, 여행 못 간 것도 아니었고,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인생이 짧은 줄 알았다면 걱정하지 말고 살았으면’하는 후회였다고 합니다. 염려는 마치 흔들의자와 같습니다. 흔들흔들하는 의자에 앉아서 아무리 흔들어 보십시오. 여전히 제자리에 그냥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흔들어도 제자리입니다. 아무리 염려해도 제자리일 뿐 한 발자국도 못 나갑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거의대부분의 염려는 흔들의자와 같습니다. 이런 염려는 아무 생산성 없는 불필요한 염려입니다. 염려해서 달라질 것이 있다면 밤낮으로 염려해야 하겠지만 흔들의자와 같은 불필요한 염려라면 빨리 그 염려를 멈춰야 합니다. 저는 염려되는 일이 있으면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따져봅니다. 그래서 염려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염려를 내던져버립니다. 염려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둔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와다나베 준이치는 『둔감(鈍感)』이라는 책에서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의 말을 심각하게 듣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민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하게 사는데 있어서는 조금 둔감한 것이 더 좋습니다. 둔감하게 살아도 되는 이유는 우리 몸에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몸속에는 100명의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믿고 어디가 조금 아파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병이 있다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히 치유가 됩니다. 염려는 우리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둔감한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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