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백석 찐~한 연애, 결혼까지 가나

  • 입력 2014.09.25 07:4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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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과 백석이 찐한 연애를 시작했다. 마치 결혼 날짜를 잡은 뒤 혼수를 놓고 상의하는 형국이다. 두 집안 내에서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내건 조건들도 최종 합의를 봐야만 한다. 대신은 골치를 썩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백석은 3대 대형교단이라는 가치를 쫓고 있어 서로 얻게 될 이득은 분명한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총회장 전광훈 목사)가 총회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예장 백석과의 통합총회를 오는 11월 말에 개최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당초 백석과의 통합 결의는 결코 쉽지 않을 것처럼 비춰졌다. 첫날 교단통합추진전권위원회(위원장 박재열 목사)는 보고도 하지 못한 채 찬반 논란이 가열돼 결국 산회가 선언되는 등 결의는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임원선거 이후 백석과의 교단 통합은 조건부 만장일치로 싱겁게 결의됐다.

이날 조건부 결의가 성사되기까지는 총회원들의 열띤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찬성측은 교단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있으므로 통합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에 좋은 모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측은 백석측의 여자목사 안수문제 등 신학적 차이의 괴리, 교단 몸집 불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교단 명칭과 회기, 신학교 명칭, 대의원 비율 등 대신측이 내건 조건을 백석측이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조건부 통합은 의외로 쉽게 통과됐다.

대신 측은 지난 회기 총회장으로 섬기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온 최순영 목사가 통합전권위원장에 추대된 후 의욕적으로 교단 통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총회는 헌법에 따르면 교단 통합은 반드시 노회수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결의는 초법적인 것으로 가을노회 수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공을 넘겨받은 백석총회는 22~24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제37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통합총회장에 장종현 목사를 연임시켰다.

백석 총회는 총회 첫 날 회무 시작과 동시에 통합전권위원회 보고를 받고 예장대신(총회장 전광훈 목사)과의 통합을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결의했다.

교단 통합 결의에 따라 통합총회장에는 장종현 목사, 제1부총회장에 이종승 목사(백석), 제2부총회장에 유충국 목사(대신), 제3부총회장에 이주훈 목사(백석)으로 한다는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임원선거 없이 장종현 총회장을 연임시켰다.

양 교단의 5개 합의안은 △교단 명칭은 ‘대신-백석’으로 하되,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명칭을 대신으로 한다. 단, 잔류인원이 대신 명칭을 사용할 경우에는 제반문제에 대해 대신통추위에서 우선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명칭은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8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백석대 대신신대원으로 한다 △통합총회 총회장단을 비롯한 임원은 백석에서 2년 간 맡기로 하고, 총회장은 장종현 목사로 한다. 제1부총회장에 백석(이종승), 제2부총회장 대신(유충국), 제3부총회장 백석(이주훈)으로 하고 차기부터는 대신, 백석, 기타교단으로 교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합총회 역사는 백석으로 하되, 통합 이후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한다 △통합총회는 2014년 11월 25일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개최한다 등이다.

장종현 총회장은 명칭 등의 문제로 상심하는 총대들에게 “낙심하지 말라”며 “대신 측에서 100% 모두 통합에 합류해서 우리 총회가 대신 이름 쓰길 나는 소원한다. 물론 교단 이름이나 역사 등 세상적인 시각에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다 안고 가는 것이 믿음이다. 교단 통합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한국 교회 안에서 ‘대신백석’의 깃발을 높이 올리자”고 말해 총대들의 박수를 받았다.

대신총회에 이어 백석총회에서도 교단통합이 결의되자 대신 총회장 전광훈 목사는 23일 백석총회를 방문해 장종현 총회장과 손을 맞잡았다.

전 총회장은 “대신과 백석의 통합이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결의된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큰 축복이 올 줄로 믿는다”면서 “이번 양 교단의 통합 결의가 기독교 130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하나님의 뜻과 기독교 역사의 맥락 속에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아주 작은 이해타산으로 협의에 나선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이 일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강조했다.

전 총회장은 “신학적 노선만 같다면 통합이 안 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백석과 대신은 한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다. 에브라임과 보나스 같은 쌍둥이”라며 “작은 일들이 남아 있지만 이는 전권위원들이 잘 하면 될 것이다. 11월 통합총회를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에 하나님의 큰 영광을 선포하는 대 사건이 일어날 줄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대신 총회는 약 2000교회로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경우, 백석 총회 이름은 예장 대신으로 바뀌게 된다. 양 교단 통합이 마무리되면, 백석총회의 통합 후 교세는 총 7000 교회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가장 교세가 큰 합동과 통합에 이어 3대 교단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전광훈 총회장과 장종현 총회장이 19일 서명한 ‘합의서’가 공개되면서 대신측 일부에서는 조건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통합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신측이 내건 조건 중 ‘총회의 역사와 회기는 대신에 따른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합의서에는 ‘통합총회 역사는 백석으로 하되, 통합 이후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한다’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대신교단 바로세우기 협의회’가 생겨나면서 “대신교단과 백석교단의 통합진행은 불법이며 우리 모두를 속인 거짓”이라고 발표해 대신측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48회기에 통합추진전권위원회는 정기총회에서 총대원들이 허락도 임명도 한 적이 없다”면서 통추위의 활동을 불법이라 주장했다.

또 “49회 총회에서 조건부 통합결의 내용과 백석에서 말하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면서 “이러한 굴욕적인 통합을 우리는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총회 헌법과 규칙대로 교단이 통합되려면 총대원들이 모여 정식으로 투표하여 2/3 이상 찬성을 해야 하고, 그 이후 전국 노회 수의를 거쳐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합을 선언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불법과 거짓의 통합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계속 추진한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교단 바로세우기 협의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을 볼 때 대신이 백석과의 통합을 성사시키더라도 대신 수호측 일부는 분열되어 별도의 총회를 조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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