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교회 박광석 목사가 말하는 ‘목회’와 ‘설교’

  • 입력 2018.08.31 17:2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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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가지고 설교하느냐, 성경을 이용해 설교하느냐는 천지차이”

“설교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내 인격을 담는 것”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여러 가지 요청에 직면하게 된다. 대사회적인 외부 활동과 설교, 방송설교, 각종 행사 참석 등 개교회 목회사역 외에도 다양한 요구가 쏟아진다.

벧엘교회 박광석 목사는 1988년 서울 목동에서 7명의 성도와 함께 개척해 현재 경기도 일산과 파주에 예배당을 두고 장년 성도 1만여 명을 목양하는 소위 대형교회 목사다. 하지만 박 목사는 목회와 설교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철저하게 자제해 왔다. 설교에 목회의 정수를 담고 싶다는 그는 오직 말씀으로 복음전파에 매진했고, 성장이 어려운 고신교단 교회라는 편견을 넘어 교회는 크게 부흥했다.

그런 그가 자신과 같이 목회하고 설교하는 모습을 한국교회에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고자 9월10일 일산 벧엘교회에서 ‘목회와 설교 세미나’를 개최한다. 그가 말하는 ‘목회’와 ‘설교’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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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주제가 ‘목회와 설교’다. 세미나 개최는 처음이신데 계기가 있는가.

-나는 몸이 약한 사람이다. 과거에는 강해설교학교 등 외부활동도 했지만 목회에 집중하고자 외부 활동을 끊고 설교에 집중해 왔다. 내 목회가 뛰어난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좀 더 묵상하고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목회만 하다보니 주변에서 자꾸만 강의를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에 나같이 목회하고 설교하는 것을 하나의 모델로 보여줄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명에서 세미나를 준비하게 됐다.

목회의 핵심은 설교다. 설교로서 목회가 다 연결되어야 한다. 설교와 목회가 따로 놀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목사님은 설교와 목회가 다르다’고 성도들이 느끼는 순간 신뢰가 떨어진다. 목사들이 그걸 유념하고 설교 속에 자기의 신앙과 철학을 다 넣어서 설교를 구현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설교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설교가 아니라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설교에 대해 듣고 싶다.

-목사라면 다 설교를 한다. 주제설교, 강해설교, 본문설교 등 다양하게 일컬어지지만 어떤 것이 참 설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성경을 가지고 설교를 하느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성경을 끌어들이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

나의 설교관은 내가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정립됐다. 간혹 목사님들이 성경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설교를 하시는 것을 봤다.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면서 왜 인간의 말을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세상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목회자로 부름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여기에 집중했다. 당시 일부 사람들은 ‘그건 설교가 아니라 성경공부 아니냐’라고도 했지만 괘념치 않았다. 나는 하나님이 무엇을 말씀하고 싶어하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설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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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많은 설교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새벽예배와 주일예배, 수요예배와 금요철야예배, 거기다가 심방까지 어마어마한 설교 양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양질의 설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하다. 당연하다. 하지만 목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 설교하라고 하면 시간이 많으니 또 놀게 된다. 적당한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문제다. 지금의 설교는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설교하고 돌아가서 다음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데 심방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설교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목회자 자신이 컨트롤해야 한다. 교역자들과 설교를 분담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예배를 섣불리 줄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수요예배와 금요예배를 없애는 교회들이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더 좋은 효과가 보장되어야 한다. 목사가 예배를 줄이고 여유를 만들어 논다면 하나님 앞에 근무태만이다.

빈둥빈둥 놀면서도 설교를 잘하는 것은 설교가 아니라고 본다. 설교는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아서 내 인격을 담아 전하는 것이다. 설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설교한다는 것은 정성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고, 남의 것에 살을 붙인 것일 수 있다. 그것은 설교자로서의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반면 오로지 설교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은가. 그건 또 아니다. 집중만 하게 되면 사람이 폐쇄적이고 아집이 생길 수 있다. 기도와 독서와 삶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 정상적인 설교자는 기도하고 묵상하고 연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게 말하자면 1차적으로 설교의 컨텍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도 있고, 말씀에 대한 이해, 사람과의 대화 가운데 얻어지는 것들 등 다양하다. 그러는 가운데 본문을 택한다.

나의 설교방식은 본문을 택할 수가 없다. 강해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다가오는 본문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본문에 대한 광의적인 생각과 함께 본격적으로 그 부분을 파고 들어간다. 많은 공부와 경험이 다 설교의 재료가 된다.

나는 목사가 되기 전에 학원강사를 했다. 강사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만 가르치면 되지만 설교는 매번 새로워야 한다. 성도들은 언제나 새로운 말씀의 생수를 마시고 싶어 하기에 중복되면 안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했던 설교는 들어보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래야 일부분 중복이 되더라도 나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알고 피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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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사역 중에 설교가 단연 으뜸이다. 성도들은 매주 한 번 이상의 설교를 듣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설교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목사가 설교하면서 계속 고민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즐길 것이 너무 많은데, 교회에서 정죄받아 세상에 나가면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차라리 모르고 즐기는 것이 낫지, 교회에서 설교를 듣고 찜찜하게 즐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나와야 한다면 세상의 즐거움보다 유익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설교자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한 방에 뒤집는 것도 성령의 역사에 의해 불가능하다 할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지속적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설교를 통해 여기저기 건드리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 어디를 공략할 것인가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말이 쉽지 하나님께 맡기는 수밖에 없다.(웃음)

목회와 설교 세미나는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전 세계의 교회가 상당한 슬럼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오늘도 역사하시며, 우리를 구원하기 원하신다면 이것은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누고 싶다.

나는 가급적이면 목회자로서 딴 짓 하지 않고 목회에 전념했다. 이러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구의 한 구석에서 한 번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신학교에서 2~3년 공부해도 다 못하는 분량을 하루에 다루게 된다. 생략하고 압축해서 진행해야 하지만 세미나를 마치고 난 뒤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고자 한다. 많은 생각들과 의견들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박광석 목사의 ‘목회와 설교’ 세미나는 9월10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일산 벧엘교회에서 개최된다. 8월24일까지 등록을 받아 제한인원을 넘겼으나, 계속되는 요청에 의해 9월5일까지 추가등록을 받고 있다. 세미나 등록은 교회 홈페이지(www.bethelseminar.kr)를 통해 가능하다.(문의 031-92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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