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 입력 2018.10.12 09:1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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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인생을 살면서 많은 선생님을 만납니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선생님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는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선생님들이 몇 분이 계신데, 그 중의 한 분이 어린 시절의 교회 선생님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진안입니다. 내가 살던 마을은 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되어 사라졌지만, 내 가슴 속에는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외딴 마을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대나무 밭 옆에 천막을 쳐놓고 예배를 드렸고,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신앙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교회에서 주는 선물 때문에, 또 선생님이 ‘도현아, 교회가자’며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교회를 다녔습니다. 아버지가 유림이었지만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막지는 않으셨습니다.

 

그 당시 교회 안에 ‘박군의 마음’이라는 전도지가 있었습니다. 박군의 마음속에 있는 일곱 가지 악한 성향을 짐승, 즉 개구리(말), 공작새(교만), 뱀(간교), 염소(음란), 호랑이(혈기), 돼지(탐욕), 거북이(게으름)로 묘사한 것입니다. 이러한 악한 성향이 예수님을 모심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내용인데 지금도 그 그림이 기억납니다. 교회에서 소풍을 갔을 때 ‘참아름다워라’ 찬양을 부르고 보물찾기를 하던 기억도 납니다. 어린 시절의 그 경험은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 때 배운 ‘참 아름다워라’ 찬양은 지금도 즐겨 부르는 찬양입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 선생님과 헤어졌지만 고등학교를 미션 스쿨로 진학하면서 교목 선생님들을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기독교적 가치관을 갖게 되었고, 나병환자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 활동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청년 시절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그리스도인이지만, 의식적으로 교회를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고 나니 나를 처음으로 교회로 발걸음을 인도해 주었던 어린 시절 교회여선생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습니다. 이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개척하게 되었을 때 굳이 교회 없는 마을을 찾아서 교회를 세웠던 것은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시골에 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구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교회 없는 마을에 교회를 세우면 그 교회로 인해 나와 같이 구원받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있게 될 것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얼마 전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주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하면서 겸사로 그 동안 전도한 분들, 우리 교회를 다니다가 이사한 분들을 만나보려고 순천, 통영, 부산, 기장을 다녀왔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우를 만나려고 원주까지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전국을 한 바퀴 돈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만에 55년 만에 나를 교회로 인도했던 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내가 목사가 된 것을 알고 인터넷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얻어 대전 유성에서부터 일산까지 찾아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전국을 돌며 고생한 나에게 큰 선물을 주신 것 같았습니다.고향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나의 얼굴을 보면 얼굴에 미소가 있고, 눈빛이 빛났었다고 했습니다. 교회 선생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내내 감동을 받았고 행복했습니다. 요즘은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가 예전과는 다릅니다. 돈으로 지식을 사고파는 식으로 변질되어서 선생님에 대한존경심이 없습니다. 선생님도 사명보다는 직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가 맺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수했던 옛날 선생님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10여년이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불러줍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내가 과연 이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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