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청탁금지법 시행 2년, 청렴문화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18.10.31 13:2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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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화의 긍정적 변화 체감하는 현장교사들

교사-학생 간 잃어가는 교육적 가치 아쉬움 토로하기도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상식적으로 납득할 개선점 마련 촉구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취지로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 씨가 발의한 청탁금지법. 이후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임원과 교직원에까지 확대됐다. 공직자를 포함해 언론인 임원과 교직원이라면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됐으며, 직무수행, 사교, 의례, 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에 상한액이 설정됐다.

기독교인 교사들의 연합인 좋은교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 지금 학교 내 청렴문화 개선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교사 간 청렴문화 개선 여부를 집중 조사했으며, 청탁금지 규정 중 개선의 필요가 있는 부분을 설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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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매우 그렇다’, 36%가 ‘그렇다’고 응답해 전체 교사의 88% 이상이 학교의 청렴문화가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특히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청렴문화에 대해서는 91%라는 대다수의 교사들이 개선됐다고 자평했으며, 교사와 교사 간 청렴문화는 82%의 교사들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한 응답자는 “이전에는 학부모가 고가의 선물을 하여 부담스럽고, 거절하는데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거절할 수 있고 학부모들도 아예 선물을 하는 경우가 없어 편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다른 응답자는 “정치인, 고위 공무원은 고가의 돈을 주고받으면서 교사에게만 유독 강도 높은 잣대를 들이대 음료수 하나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교사와 학생 사이 청렴문화에 대해서는 70%의 교사들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약 9%의 교사들이 개선에 미진한 점이 있다고 평가해, 교사와 학부모 사이 변화와 비교하여 다소 떨어지는 수치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교사와 학생 간 큰 변화는 없지만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과도하다” “처음부터 교사 학생 간 오가는 게 없었다. 부정 청탁할 일이 없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수고하신다며 놓고 가는 목캔디 하나도 마음만 받겠다며 돌려주는 상황이 뭔가 씁쓸하다”는 등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사와 교사 간 청렴문화 개선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응답자들은 “관리자나 장학사에게 아부, 접대하는 문화가 사라졌다” “명절이나 행사 때 특별히 관리자 것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이전에는 윗분들에게 사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른들이 사주시거나 더치페이 하는 문화가 되어 편하다” “수학여행 업체 선정, 교복업체 선정, 보충교재 선정 건과 관련해서 공정하게 심사하려고 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등의 평가를 했다.

청탁금지법 규정이나 시행지침 가운데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하게 갈렸다. 찬성하는 부류는 “절대 후퇴하면 안 된다” “더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을 향한 질책의 의견이 있었다.

한 응답자는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청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해달라. 왜 평교사들보고 청렴하라고 하며 연수 들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고, “카네이션, 커피 캔 금지 등 너무 소소한 것까지 규제하니 어떨 때는 화가 난다” “스승의 날 아이들이 직접 쓴 손편지나 카네이션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스승의 날을 휴교일로 정해 논란거리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은교사 측은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 이후 학교문화의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흐름이 지속되고 후퇴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교사와 학생 사이의 청렴문화에 대한 부분은 다른 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청렴을 강조하다보니 교육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아래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선에서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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