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1)

  • 입력 2018.11.01 13:3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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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수도원에 로렌즈 수도사가 신임원장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명의 원장이 파견되었지만 임기를 채우기는커녕 한두 달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오랜 세월 형성된 파벌 간 세력다툼으로 인한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도 떠나갔습니다. 고집불통과 안하무인들만 남아서 자기들의 세력을 형성하며 수도원은 점점 더 냉랭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로렌즈 원장이 수도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문이 열리고 수도사 한사람이 쌀쌀맞은 표정으로 찾아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소?” “네! 수련생활을 좀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어수룩하고 허름한 복장의 남자에게 젊은 수도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식당에서 밥하는 일꾼이 필요하기는 한데 할 수 있겠소?”

“시켜만 주신다면 주님의 집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들어오쇼!”수도사는 로렌즈 원장을 주방으로 데리고 가 해야 할일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로렌즈 원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주방에서 밥하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주시하던 수도사들은 새로 온 주방 일꾼이 자신들처럼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키면 두말없이 처리하자 수도사들은 점점 더 많은 일을 시키며 그를 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치 하인이나 종처럼 자기들의 일을 시키기도 하였고, 기도할 시간은 물론 잠 잘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을 떠넘겼습니다. 로렌즈 원장은 수도사들의 구박과 천대를 받으면서도 변함없이 주님을 섬기듯 수도원과 수도사들을 돌보았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3개월이 지나갔습니다. 수도원 본부에서 감독이 파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원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자칫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면 수도원이 폐쇄될 수도 있었기에 분주히 주변을 정리하며 입단속을 하였습니다. 감독이 도착하자 수도사들은 서로 잘 보이기 위해 안절부절 했습니다. 감독은 원장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감독의 뜬금없는 물음에 수도사들은 원장님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그럴 리가 없는데... 3개월 전에 로렌즈 수도사님을 파송했거든요!” “로렌즈 수도사님이라면 귀신도 고개를 숙인다는분?” “맞아요.

그 분이라면 이 수도원을 바로 세우실 것 같아서!” “그렇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수도원에 새로 들어온 사람은 없습니다.” “왜? 주방에서 일하는 바보 수도사 한 명 있잖아요!” “바보 수도사라고요?” “네! 기도할 줄도 모르고, 시키는 일에만 매달려 사는…….”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던 수도사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종처럼 부려먹던 밥하는 수도사가 새 원장이자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로렌즈 수도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감독보다 먼저 주방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던 수도원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범적인 수도원이 되었습니다. 로렌즈 수도사는 원장으로 파견되어서 한 번도 예배를 인도하지 않았고, 설교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도 않았고, 바로잡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숱한 문제와 갈등 속에서 그저 밥하는 일에만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야 수도사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허물과 잘못을 깨닫고 회복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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