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비전

  • 입력 2018.11.08 12:07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조 목사.jpg

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우연히 페북에서 우리 주님기쁨의교회를 사랑해 주시는 김상복목사님에 관한 글을 보았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비전은 커야한다는 생각을 넘어 “성도는 나이가 들고 인생의 경륜이 깊어질수록 비전이 작아져야 한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강조하시는 김상복 목사님의 목회자 세미나를 참석하고 느낀 소감문이다. “큰 비전을 성취해서 세상이 인정해줘도 가족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비전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로 비록세상에서 큰일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여도 가정을 주님 안에 바로 세웠다면 후회 없는 값진 비전을 성취한 것입니다....”, “노환과 슬픔과 고독과 미움과 염려와 스트레스가 아무리 힘들게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싸워 자신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은 이 작아 보이는 비전이 이루기가 가장 어렵습니다.”는 말씀은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말씀이었다. 그 글을 읽고 김상복 목사님이 댓글을 다셨다. “나에게 맡겨주신 것들만 성실히 돌보려 해도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나와 내 가족, 내 교회와 내 학교, 내가 속한 기타 사역들도 다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은퇴했거든요. 모세도 가나안에는 못 들어가고 산정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거기서 삶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자기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화를 내며 바위를 지팡이로 두 번이나 쳤습니다. 말로 하라고 했는데... 그때 하나님은 모세의 임무를 끝내고 여호수아를 세웁니다. 작은비전 이라기 보다 작아지는 비전입니다. 젊었을 때는 세계를 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맡겨진 책임도 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작은 맡은 일들이라도 성실하게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작아지는 비전을 생각하다가 존 스토트 목사님이 떠올랐다. 런던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찾아 뵀을 때 자신을 존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하셨던 내 인생 멘토, 스토트 목사님. 당시만 해도 한국은 ‘만 명 목회’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대였다.

한창 젊음이 왕성한 30대 후반, 나도 모르게 큰 비전과 패기 넘치는 꿈이 가슴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때였다. 앞으로의 비전을 말씀드리며 대화를 나눌 때 내 속을 읽으셨는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대조형제, 난 평생 천명 목회를 했어요. 그래도 너무 행복했지요. 책도 쓰면서 너무 좋았어요” 순간 저렇게 큰 분이, 그야말로 세계를 상대로 복음을 전하며 사셨던 거장이, 어떻게 보면 주님께서 맡겨주신 작은(?) 목회를 감사하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내 어깨에 놓여있던 ‘큰 목회’에 대한 짐이 벗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작아지는 비전’ 외형보다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목회의 현장, 주어진 작은 관계 속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며 정성을 다하는 섬김이 세상이 떠들썩하게 알아주지 않더라도 참으로 소중한 것임을 가슴에 다시 한 번 새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심’이 언제 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 모르지만, 한 영혼을 향한 귀한 마음을 담고, 맡겨진 양들을 향한 정성을 다하는 행복한 목회를 다시 붙잡는다. ‘작아지는 비전’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품으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