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의 역사적 가치 조명

  • 입력 2018.11.23 08:2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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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기도원의 영성과 건축사적 의의를 조명하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용문산기도원의 역사적 가치와 계승’을 주제로 11월22일 서울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됐다.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애향숙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울한영대학교 남성현 교수가 ‘초대교회 영성신학으로 살펴본 나운몽 용문산기도원의 영성’을 주제로, 정시춘 교수(정주건축 대표)가 ‘교회건축사적 관점에서 본 용문산기도원 대성전의 특징’을 주제로 발제했다.

특히 남 교수는 4~5세기 삼위일체론의 대가들이 전개한 영성신학의 패러다임을 통해 나운몽 용문산기도원의 영성을 살폈다. 이를 위해 4~5세기 정통주의 대가들에 의해 탄생한 영성신학과 20세기 나운몽의 영성을 비교하고, 1600여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나운몽 영성의 특수성은 무엇인지 고찰했다.

남 교수는 “‘아실 나운몽 목사 전집’만을 바탕으로 하여 나운몽의 영성을 4~5세기 영성신학과 견주어보는 방식을 택했다”며 “아실은 4~5세기 수도주의 문학이나 영성신학에 대해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지만, 필자는 그의 회심과정과 영성운동의 발자취 속에서 니케아적 정통주의 영성신학의 메아리를 곳곳에서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통주의 영성신학이 마태복음 5장8절을 토대로 형성되었다면, 나운몽의 회심과 영성 역시 문자 그대로 마태복음 5장8절의 체험 속에서 형성됐다”며 “니케아적 영성신학이 영혼의 정화와 마귀와의 싸움을 하나님을 뵐 수 있는 길로 제시하듯, 아실의 영성은 악성을 소멸하고 거짓된 마귀와의 투쟁을 통해 진실된 생활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성령과 통하는 길이라고 가르친다”고 비교 분석했다.

또한 “니케아적 영성신학은 성령이 인간의 영혼을 하나님께로 고양시키는 주체임을 강조하며, 영혼의 정화와 마귀와의 싸움에서의 승리는 성령을 맞아들이는 통로임을 강조한다”면서 “아실의 영성 역시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다양한 은사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언한다”고도 했다.

남 교수는 “4~5세기는 성령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삼위일체적 정통주의 영성신학의 체계가 활짝 꽃피던 시대였다. 이 시기의 신학은 지구상의 모든 기독교의 뿌리다. 믿음을 통한 정화의 길 없이는, 눈물과 용서, 온유와 겸손의 그 길 없이는, 그리고 사랑과 기도의 그 길 없이는 성령은 역사하시지 않는다”며 “아실의 영성은 이를 증언해 주는 이 땅의 귀중하고 아름다운 보고”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에 이어 발제한 정시춘 교수는 용문산기도원 대성전의 건축양식에 대해 교회건축의 역사 안에서 그 유래를 찾고 그 건축적 가치를 평가했다.

정 교수는 “대성전 건축의 내외부가 상호 모순적 양식을 필요에 따라 혼합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당시 한국 교회건축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이며, 한국 교회건축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국 근대건축은 물론 근대 교회건축사에서 그 역사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면서 “한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국 기독교의 부흥운동의 산실이었다는 점에서 근대건축 유산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공간이 리모델링되었고, 특히 강단부와 천장이 크게 변형되어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없고, 건물이 많이 노후되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유지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근대건축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려면 최소한 구조 안전 진단을 통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강단부의 형태와 성구들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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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최범선 목사(서울연회부흥전도단 단장)의 인도로 김외탁 수도사(수도사연회 회장)가 기도하고, 김진두 총장(감리교신학대학교)이 로마서 8장5~11절을 본문으로 설교말씀을 전했다.

김 총장은 먼저 “용문산기도원의 여러 가족들께서 감신대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열게 됨을 환영한다”면서 “어려서부터 용문산기도원에 대한 이야기, 나운몽 장로님의 기도생활과 영성생활에 대한 이야기, 수도사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영적 체험에 깊이 빠져서 불같은 신앙생활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은 “웨슬리 목사는 옥스퍼드에서 홀리클럽이라는 경건회 모임을 시작했다. 홀리클럽의 신앙생활 규칙과 성경읽기, 영성생활의 모습을 보면 사실상 수도원과 동일하다. 산 속 건물이 아니라 옥스퍼드의 작은 독서방에서 시작됐다는 것만 다르다”며 “이 홀리클럽이 나중에 웨슬리가 회심을 경험하고 부흥운동으로 발전했고, 감리교가 조직됐다. 즉 감리교는 웨슬리의 수도원 영성운동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영국교회에 수도원이 다 사라지자 자녀들의 영성교육을 걱정하며 교회 안에서 수도원과 같은 영성생활을 하기 위해 속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수도원의 영성생활을 그대로 본떠 발전시킨 것이 감리교의 속회가 된 것”이라며 “감리교는 수도원의 영성생활을 지키는 교회다. 가정과 사회에서, 세상의 한복판에서 실천하는 교회다. 감리교 안에 수도회가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감리교의 교리와 장정 안에서 수도회 운동을 발전시켜 온 세상에 감리교의 영성을 보여주는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며 “나운몽 장로님의 기도와 찬송, 설교의 가르침이 다시 불일 듯 일어나는 감리교 수도원의 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인사말을 전한 용문산기도원 원장 나서영 목사는 “오늘 감신대를 찾아 총장님과 교수님들을 만나뵈니 많은 분들이 나와 동문들이어서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며 “중강당이 가득 차도록 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다른 종교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튼튼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기독교는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 용문산기도원이 문화재로 등록되기 위해 학술세미나라는 토대를 놓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수도사의 영성이 감리교와 한국교회에 더 많이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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