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가슴에 난 구멍

  • 입력 2018.11.30 10:3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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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jpg

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한 노인이 길을 가다가 구멍이 숭숭 뚫린 고목을 만났다. “고목아, 고목아! 너는 목회도 안했는데 왜 그리 가슴에 구멍이 많이 뚫렸니?…” 라고 물었단다. 목회자들이 모인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강사가 던진 첫마디 그 우스개 소리에 참석한 청중 목사들이 빵~ 터졌다. 어찌나 웃긴지 공감되는 유머에 큰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마음이 위로가 되었다. 세미나 중간에 한 목사를 만났다. 차세대 목사로 나름 주목을 받던 그는 서울에 있는 교회에 청빙을 받아 원로목사를 모시는 후임사역을 시작한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목사님이신데 아들이 서울로 담임 청빙을 받아 가는 것을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셨단다. 지난 봄, 왠지 눈의 시력이 떨어지면서 좀 이상한 듯하여 ‘피곤해서 그렇나?’ 하고 동네 작은 안과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얼른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하고 큰 병원에 가보았더니 ‘황반변성’이란다.

이 병도 여러 형태가 있는데 자신은 초점이 맞지 않아 병원 다녀온 지 몇 달 안되었는데 이제는 글씨조차 읽지 못한다고 했다. 옆에 있는 목사님이 “그러면 설교는 어떻게 합니까?” 물었다. 당연히 설교 원고를 볼 수 없기에 성도들만 보고 설교를 한단다. 그러면서 “목사님, 그런데 좋은 것도 있어요. 전에는 조는 성도들이 보였는데 이제는 안보이니 좋아요. 전에는 원고 보느라 성도들을 못 봤는데 이제는 성도들만 보고 설교하니 성도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성도들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옆에 있던 다른 목사님이 물었다. “원인이 무엇이랍니까? 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것도 유전인가요?” 유전은 아니고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했다. 우리가 못 알아듣자 쉽게 설명을했다. “풍이 보통 밖으로 오잖아요. 근데 이것은 안으로 온 경우라 하더라고요. 눈의 시신경쪽으로요.

사실 교회에 힘든 일이 좀 있었어요. 그 일이 있었을 때 사실 좀 많이 힘들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부터 인가 눈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마도 그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우린 모두 알아들었다. “아, 그랬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 전 강의의 서두에 강사 목사님이 던진 ‘고목의 가슴에 난 구멍’ 우스개가 다시 귓전을 스치듯 마음을 울렸다. “어제 추수감사절 예배 때에 저도 성도들도 많이 울었어요.” 가슴이 먹먹했다. ‘하나님, 저 귀한 종의 눈을 고쳐주셔서 주님이 맡겨 주신 성도들 잘 섬길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옵소서!’ 간절한 기도가 흘러나왔다. 바울의 고백을 마음에 담는다.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딤후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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