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성도 3명중 1명, “꼭 교회에 가야 기독교인인가요?”

  • 입력 2018.11.30 15:3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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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교수)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함께 진행한 ‘가나안 성도 신앙의식 및 신앙생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라는 주제로 11월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연구세미나에서는 조사결과 발표와 더불어 교회가 가나안 성도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주최측은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조사를 하게 됐다”며 “교회를 이탈했지만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조사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 분포된 1년에 2회 이하 교회출석자와 불출석자 826명을 성, 연령, 인구 비례 할당에 근거해 무작위로 추출하여 대상을 선정했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조사로 2018년 10월4~16일 이뤄졌다.

설문지는 △교회 불출석 기간과 이유 △본인 신앙 평가 △교리에 대한 인식 △과거 출석 교회에 대한 평가 △신앙과 교회에 대한 의견 △교회 불출석 후 예배 경험 및 예배 참석 의향 △가나안 성도 신앙 모임 △가나안 성도의 신앙생활 △사회정치적 활동 △종교 및 타 종교에 대한 태도 △향후 기독교 신앙과 교회 출석 의향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가나안 성도가 된 시기는 1~2년이 25.8%, 3~5년이 25.6%, 6~10년이 28.3% 등 10년 내 떠난 사람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으며, 평균은 7.7년으로 나타났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유에 있어서는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가 31.2%, ‘개인적 이유’가 18.8%, ‘자유로운 신앙생활’이 13.9%로 뒤를 이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가 37.9%, ‘예수님의 대속을 믿기 때문에’가 12.3%,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가 26.2%,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가 13.2%로 집계됐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 이탈 후 69.1%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가정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는 사람도 56.8%에 달했다. 기독교TV를 통해 예배를 드린 적이 있는 사람은 20.2%, 기독교 라디오를 통해 예배를 드린 비율은 17.3%였으며, 온라인/모바일 예배는 20.4%였다.

이들 가운데 일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향이 있는 사람은 59.7%, 가정예배는 40.6%, 기독교방송(TV/라디오)은 27.4%로 각각 긍정 반응을 보였다.

가나안 성도로서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서는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 신앙을 버린 것으로 보는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는 의견이 60.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1인 예배를 드리기 위한 예배 안내서가 필요하다’가 14.9%,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는 평신도의 사례를 알았으면’이 10.7% 순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 신앙이 덜 확고한 반면에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교회 출석자들은 기독교 신앙이 확고한 반면에 더 배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교회 일반 신도들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하여 ‘타종교 및 비기독교인에 대한 배타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이나 교회에 다니는 것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가 ‘바른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또는 이와 다르게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이 전통적인 신앙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정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전통적인 교리나 가르침에 따르기보다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교회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정 교수는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신앙생활을 20년 이상 오래 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강한 개인주의 신앙 성향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20년 이상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신앙이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과적으로 교회 교육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이들의 신앙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개신교인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가나안 성도들은 신앙의 다양성을 중시하며 강요하는 신앙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의 신앙 문제와 고민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목했다.

정 교수는 “비신자를 전도하여 구원의 확신을 갖게 하는 초급 단계의 교육과 양육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기초 신앙이 정립된 후에 신앙이 더 깊어지고 확장될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는 성도들이 구원의 확신을 넘어 보다 실제적인 차원의 신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축사를 전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박원호 총장은 “당연히 젖과 꿀을 기대하고 가나안땅에 도착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젖도 없고 꿀도 없다고 생각하여 교회 출석을 포기한 사람들이 가나안성도들이다.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는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했지만 교회가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에 떠났을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재물, 바알을 함께 섬기는 모습을 보리고 교회다운 모습을 회복할 때 가나안 성도들이 돌아올 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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