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기획력으로 불황 이겨낸 2018 기독교 문화

  • 입력 2018.12.17 10:17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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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출판, 음악, 공연 등 기독교문화계는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복음 전파를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한해가 저물어가는 11월의 마지막 날, 교계 문화기자모임 'CC+'가 서울 모처에서 연말 세미나를 열고 기독교 문화계의 동향과 새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편집자주>

독자층의 다변화, 수명 짧아진 베스트셀러, 기획력이 요구되는 기독교 출판계

 

지난 1년간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 방주석, 이하 기출협)가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 유수의 온라인 서점과 전국의 기독교 서점을 통해 취합하고, 다시 각월 베스트 도서들을 순위합산 방식으로 더하여 50종의 최종 베스트 서적을 선정했다.

두란노(11종), 규장(10종) 두 출판사가 전체 베스트셀러 50종 가운데 40%를 차지한 가운데, 성경방, 복있는사람, IVP, 생명의말씀사, 큐티엠 등이 뒤이어 각각 2~3종씩 베스트셀러에 진입시켰다. 눈여겨볼 것은 예년과는 다르게 아르카, 나무&가지, 도서출판 서우 등 신생 출판사들이 베스트에 진입한 것이다.

올해 기독교출판사들이 기출협을 통해 소개한 신간은 총 987종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신앙일반 분야는 총 261종으로 가장 많았고, 설교/강해 분야가 123종, 신학일반 분야가 116종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성경공부, 경건생활, 목회, 어린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간이 출간됐으나,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저서는 각각 5종과 2종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기출협 최승진 사무국장은 2018년 기독교 출판계를 돌아보며 ‘수명은 짧고 다작은 줄어든, 기획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매월 발표되는 베스트 중 이른바 단행본 Big 3로 불리는 두란노, 생명의말씀사, 규장의 점유율은 높았으나 온라인에서 약세를 보이거나 베스트셀러 유지기간이 짧아지는 등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반면 소형출판사들이 기획출판을 통해 수준 높아진 독자들에게 다가섬으로 베스트에 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분석했다.

기획출판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책으로는 <절대 1시간 기도>(아르카), <페이버>(청림출판사), <누가복음 뒷조사>(새물결플러스), <1세기 교회예배이야기>(IVP) 등과 두란노의 <팀 켈러 시리즈> 등이 손꼽아진다.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전으로는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 <목적이 이끄는 삶>, <천로역정> 등이 강세를 보였으며, 재출간 서적으로는 <어 성경이 읽어지네> 시리즈와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 주목받았다.

최 사무국장은 신학관련 서적과 신앙일반류 서적의 장르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과거 목회자들의 영역이었던 신학관련 서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독자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신앙서적을 읽어냈던 20~30대 독자층이 40~50대가 되면서 좀 더 전문적인 성경, 역사, 문화, 신학을 공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존 독자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여, 기독교 전문인으로서 상당한 지식을 갖춘 대상으로, 독자의 필요를 맞춘 높은 수준의 책들이 기획되어야 하는 한편, 처음 기독교에 대해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기독 출판계의 도전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출판시장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최승진 사무국장은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출판시장이 단번에 변화되긴 어렵지만, 긍정요소도 많다고 생각한다. 대형출판사들이 출판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고, 1인출판사들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기독 출판계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다채로운 책들을 선보인다면 새로운 시대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1인 기획사’ ‘유튜브 홍보’가 대세, 연대와 협력으로 변화 꾀하는 기독교 음악계

 

지난 1~11월까지 발매된 CCM(기독교 음악) 음원은 총 4100여장 정도이며, 이 중 국내 CCM 아티스트의 앨범은 3800여장이다. 또 이 가운데 85%의 앨범은 5곡미만의 곡이 수록된 싱글 앨범으로 파악되고 있다.

근래 들어 국내 CCM 제작 현장의 흐름은 대규모 편성과 리얼 악기 중심의 녹음 환경에서 소규모 편성, 홈레코딩 방식의 제작으로 변화되고 있다. 피아노와 보컬, 기타와 보컬, 거기에 현악기 한 가지 정도 추가하는 형태의 단출한 악기 구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제작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작업자의 능력과 환경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난점도 있다.

국내 CCM 시장은 여전히 예배곡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예배곡이 아닌 CCM들이 10위권 내에 포진되는 등 변화의 물결이 들이치고 있다. 그 물결에는 음원시장의 새로운 흐름, ‘SNS’와 ‘유튜브’가 있다.

2018년 대중문화 전체의 키워드는 단연 유튜브였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여 성공신화를 이루었고, 많은 대중가수들이 가요계 역주행 기록을 써나간 전략도 유튜브였다. CCM 아티스트 가운데에서도 유튜브는 매력적인 홍보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게벳의 노래’로 잘 알려진 염평안은 영상을 통해 음원을 공개해 11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김복유의 곡 ‘잇쉬가 잇샤에게’ 또한 페이스북 바이럴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CCM 아티스트들은 기획사의 지원 속에 저작과 사역 등을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근래에는 아티스트가 곧 제작과 홍보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1인 기획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일부 아티스트들 외에 ‘음악성’ 만으로 승부해온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기획과 제작까지 잘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아티스트들 간에 자발적인 연대와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표적인 곳이 ‘옷장연대’다. 기획, 홍보, 디자인, 재정, 운영 등 각 영역의 전문가 혹은 지원자들이 모인 옷장연대는 매달 한 명의 CCM 아티스트를 초청해 그의 음악을 라이브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목요 음감회’를 열어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팟캐스트 ‘CCM 공방’, 페이스북 페이지 컨텐츠 ‘이달의 CCM’ 등이 좋은 CCM,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CCM 음원 시장에 몸담고 있는 미디어스코프 송재호 팀장은 “최근의 동향은 장르에 상관 없이 앨범을 내면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돼 있던 이전의 CCM 환경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제는 음원을 내는 것보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홍보하고, 브랜딩시켜서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침체기 속 꾸준히 작품 선보인 기독 뮤지컬, 지속적 향유 위해 관심 필요한 기독교 공연계

 

올해 기독 공연계는 뮤지컬 장르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대학로에 기독뮤지컬 전용관을 표방하고 개관된 작은극장 ‘광야’는 뮤지컬 요한계시록, 루카스, 오마이갓스, 어린이 뮤지컬 오병이어 등 연이어 공연을 올렸고, 관객도 3만 여명을 동원하는 약진을 보였다.

이외에도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여름부터 장기공연 중인 메리골드를 비롯해 영화를 뮤지컬화한 하모니, 요셉, 라면에 파송송, 바보사랑, 청년 일사각오 등 직간접적인 기독교 메시지를 담아낸 뮤지컬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올려졌다.

관객들의 관심을 모은 연극으로는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이 갖는 시의성을 그대로 이어온 ‘루터’는 기독 연극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던 배우와 연출, 스태프들이 참여해 중장년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다.

북촌아트홀에서 올려진 연극 ‘비밀번호’, 전국 교회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침묵’ 등도 있었지만 뮤지컬 장르에 비해 다소 공연 편수도 적었을 뿐더러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CCM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공연 또한 다소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는 평이다. 대신 중량감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김명식은 공감센터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으며, 역시 공감센터에서 옹기장이의 아카펠라 콘서트가 있었다. 송정미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외국 CCM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힐송유나이티드X힐송 영 앤 프리 합동 내한공연이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있었고, 사랑의교회는 플래닛쉐이커스를 초청해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했다. 젊은 청년층은 이 같은 외국 CCM 아티스트 내한 공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문화동행 아티스 윤성인 대표는 올 한 해 기독 공연계를 돌아보면서 기독교계 뿐만 아니라 공연계 전체의 침체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 가운데 300여 소극장이 모여 있는 대학로는 몹시도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평일 저녁이면 관객 한 명이 없어 공연 자체를 올리지 못하는 공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침체를 타개할 화제성 있는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대학로에서 1년간 장기 공연된 뮤지컬 ‘더 북’이 가져왔던 화제성에 비하면 올해는 그렇게까지 두드러지는 현상은 없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가 희망을 품은 것은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 새로이 개관되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감센터와 시온아트홀, 작은극장 광야, 북촌아트홀, 신촌 세븐파이프홀이 그것이다.

윤 대표는 “작품은 무대에 올려지고 또 그것을 바라봐주는 관객과 만나야 진정한 생명을 부여받는다. 그렇기에 기독 공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향유되려면 적정한 공간과 무대는 필수적 요소”라며 “모쪼록 어렵게 기도로 개관되고 있는 기독 공연장들이 흔들림 없이 성장하고, 문화사역자, 문화선교사가 더 일어나 풍성한 2019년 기독 공연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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