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목회하는 교회 2

  • 입력 2014.10.02 14:39
  • 기자명 신성남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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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부 부패한 종교 지도자들은 어떤가요? 그들은 입만 경건하지 실제 신도들에게 주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도리어 만날 뭘 달라고 요구합니다. 세계를 한 번 둘러보십시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무슨 종교라는 간판을 걸어 놓고 도대체 돈을 안 챙기는 곳이 몇 군데나 있는지요? 소위 성직자라는 이들 상당수는 별난 잔수를 다 동원하여 무속적이며 기복적인 명분을 만들고 신도들에게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거나 바침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성스러운 간판을 걸고 있든 신도들을 ‘앵벌이’시키는 종교는 모두 예외 없이 사이비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일부 개혁 교회들마저 그런 망령된 줄에 서지 못해 안달이라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들이 함께 눈이 멀어 서로 복을 받겠다고 지지고 볶고 분주하지만 정작 이들은 ‘참된 복’인 십자가의 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 운영에 돈이 필요 없다거나 건물이 필요 없다는 식의 무지한 말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헌금을 걷는 목적과 수단, 그리고 헌금을 쓰는 용도와 방법이 정도에서 벗어나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내의 돈 흐름이 심하게 왜곡되다 보니 작은 교회는 사람과 돈이 너무 없어서 울고 있는데, 대형 교회들은 사람이 넘쳐 장소가 협소하다고 불평하며 증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갈수록 양극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목회자들은 부와 권력을 사랑하고 신도들은 편리와 안락에 타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부른 목사들은 기복으로 선창하고 복쟁이 교인들은 바침으로 복창합니다. 한국교회의 흥행은 국민들의 오랜 무속적 기복전통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습니다.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치 성황당에서 복을 구하듯 예배당에서 복을 구합니다. 복채를 바치듯 헌금을 바칩니다. 무당을 의지하듯 목사를 의지합니다. 건물에 십자가를 세운 것 외에는 이교도들이 하는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질된 목회자들은 그런 기복 심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교회에 유치하고 속박합니다.
하여튼 이처럼 목사와 신도가 서로 그 밥에 그 나물이니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목사는 무리해서라도 큰 건물을 지어 신도들을 유혹하고, 교인들은 좋은 조건을 찾아 큰 교회로 수평 이동합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더 모이면 목사는 사이비 교주 같은 ‘긴 옷’을 입고 모자라는 권위를 보충하며 순종 잘하고 헌금 잘하는 신도들을 양산하기 위해 일 년 내내 쉴 틈을 주지 않고 현란한 프로그램들을 분주하게 돌립니다. 그리하여 교세가 더욱 증가하면, 다시 비좁다고 불평하며 증축을 되풀이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알량한 수법이 의외로 잘 먹혀 한국의 많은 중대형 교회들은 흥행에 큰 재미를 보고 세계 교회사에 드문 고속 확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교인들이 비정규직에 있거나 셋방살이 생활고에 신음하고 있는데 교회당만 아방궁처럼 세우고 우쭐하며 흥청거리면 그게 바른 성장이고 부흥일까요? 유럽의 교회들이 큰 건물이 부족해서 몰락했을까요? 아무리 교회당 간판에 금칠을 하고 요란하게 앰프를 틀고 기타 쳐도 흥행은 결코 성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사라질 거품입니다. 단지 이런 교회들은 초대형 건물 짓겠다고 최소한의 신앙 양심마저 봉인한 채 면죄부 팔아먹다 망한 중세 교회의 무허가 짝퉁 불법 복제판일 뿐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한국의 귀족 교회에서 거들먹거리는 소위 ‘주의 종’이라는 분들 삶 속에서 정말 십자가를 따르는 모습을 보십니까? 고액 연봉, 터무니없는 강사비, 각종 부수 지원비, 과도한 판공비, 고급 승용차, 잦은 해외 나들이, 자녀 유학, 공금 횡령, 뇌물 수수, 부정 선거, 성추행, 재단 비리, 성직 매매, 패거리 작당, 그리고 교회 세습 등 이런 것이 진정 종의 모습입니까?
최근 어느 목회자가 강남의 한 대형교회 예배에서 다른 순서 없이 그저 몇 초 동안 축도만 한 번 하고 30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단 총회장급 목사들은 기도, 축도, 그리고 설교 등 예배 순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100~1000만원 정도의 황당한 사례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상당 경우는 담임목사들의 인맥 관리나 교단 정치에 관련하여 교회 돈을 서로 나누어 먹는 뇌물성 사례입니다. 이번에 내가 주었으니 다음엔 너도 나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이러니 정식 집회를 하고 나면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을 주고 받을까요?
목회직이 언제부터 이렇게 고액의 서비스업이 되었습니까? 심지어 한 해 접대비로만 3억7000만원을 사용한 교회도 있습니다. 교회 공금을 가지고 목사들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연합니다. 과연 이게 종들이 할 일입니까? 틈만 나면 신도들에게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고 설레발치더니 정작 자신들은 뒤에서 썩은 호박씨를 까고 있습니다.
더구나 무슨 종이 감투가 그리 많고 재산이 그렇게 많습니까? 무슨 종이 사업과 업무가 그리 많습니까? 사도들이 이들처럼 비서실까지 거느리고 위세 부리며 목회를 했던가요? 세상 어느 나라에서 장관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먹는 이상한 ‘종놈’들을 보셨습니까? 심지어 어떤 ‘종님’은 대통령 연봉보다 더 많이 교회의 돈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교회를 대형화하는 의도가 결국은 돈과 권력임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우민화한 일부 신도들은 이런 위선적 종교 상인들을 하나님의 대리인처럼 추종하는 맹신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광야로 가야
한국교회 대형화와 외적 성장의 그늘에는 기복과 편리 추구 그리고 부끄러운 양 도둑질이 있습니다. 아울러 성공주의, 성장주의, 그리고 성직주의가 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개교회 이기주의는 마치 자기 교회만이 홀로 진리인 양 교회 버스까지 동원하며 타 지역 교인들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화, 귀족화, 그리고 사유화는 모든 부패한 종교의 공통적인 몰락 과정임을 알아야 합니다. 거대한 궁전을 세우고 안 망한 제국이 없고, 화려한 성전을 짓고 타락하지 않은 종교가 없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의 흥행은 없습니다. 미국 수정교회의 파산은 건물로 치장한 거품 신앙이 붕괴하는 첫 신호탄일 뿐입니다. 십자가 정신을 상실한 교회에는 단지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만이 남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도시에 이미 너무 많아 차고 넘치는 것이 교회당입니다. 그런데 그 거룩하다는 건물들은 더는 진지하게 선교를 못합니다. 다만 이웃집 양을 서로 탐할 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믿는 자가 하루에 5000명이나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결코 건물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지교회와 같은 문어발식 세력 확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겉치장이나 대형화보다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에 힘썼습니다. 루터나 웨슬리 또한 ‘성전’이라는 기만적 명분으로 그 어떤 대형 건축물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양들의 영혼뿐이었습니다.
대형화 추구는 기독교 정신이 아닙니다. 기독교의 본격적인 타락은 로마 교회 대형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반면에 참 목사 예수님은 먹을 제물이 넘치던 큰 건물 헤롯성전이 아니라 마을의 소박한 회당이나 메마른 광야로 가셨습니다. 광야는 편리함이 아니라 굶주림과 목마름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주의 제자들은 묵묵히 그 길을 따라 나섰습니다. 거기서 양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병이어의 놀라운 기적을 보았습니다.
이 순간에도 삶에 지친 양들이 거친 광야에서 방황하고 유리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부드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속히 광야로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은 다시 오실 것이고 교회는 이 땅의 마지막 선지자입니다. 한국교회는 비록 약대 옷을 걸치고 메뚜기를 먹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광야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던 선지자 세례 요한의 귀한 사역을 다시 계승해야 합니다. 
오늘날 광야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양들의 탄식 속에 있습니다. 또한 소외받고 있는 우리 이웃의 눈물 속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은 교회 건물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교회가 하나님이 거하시는 정식 장소라든지, 교회 건물에 어떤 비밀한 신성성이 있다든지 하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칼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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