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6)

  • 입력 2018.12.28 10:3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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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목사
▣ 영월주님의교회 

▣ 전 터키 선교사 

메테오라(그리스어 , “공중에 매달린”)

데살로니가를 지나 성지 베뢰아를 거쳐 아덴(아테네)으로 가다보면, 그 중간 지점에 그리스 부에 속한 핀도스 산맥과 페네에오스 강 근처, 테살리아 평야 북서쪽에 위치한 칼람바카란 도시와 만나게 된다. 여기가 바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메테오라’로 가는 길목이다. 지질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메테오라는 기원전 6천만년경 지진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사람이 찾지 않는 은둔의 땅이 되었으나, 신앙을 지키기 위해신자들이 이곳으로 피신하여 기도하던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치 공중에 매달린 바위 모습을 하였다고 ‘메테오라’라고 부르는 이곳은, 남아있는 여섯 개의 수도원에서지금도 영성훈련을 하는 수도사들을 성지 순례객들이 쉽게 만날 수 있다.신약 성경에 나오는 히브리서 저자는 초대 교회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고난 당했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36 또 어떤 이들은 조롱과 채찍질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련도 받았으며 37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38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그들이 광야와 산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 하였느니라 39 이 사람들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증거를 받았으나 약속된 것을 받지 못하였으니 40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을 예비하셨은 즉 우리가 아니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히11:36~40)본래 수도원은 ‘홀로’라는 헬라어 ‘모노스’에서 유래 되었는데, 그 의미는 세상과 구별하여 분리된 삶을 통해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생활하던 곳이다.

초대 교회 당시에 신자들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지하에서나 산속에 은둔하며 신앙생활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베테오라 수도원은 11세기 이후, 그리스 전역을 장악한 페르시아제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곳으로 숨어들었고, 15세기 이후 오스만 터키 제국의 이슬람 세력이 박해하자 다시 이곳에 피신해야만 했던 희랍 정교회에 슬픈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약 300미터의 높이에 있는 암벽에 구멍을 뚫고 외부 세력이 접근할 수 없도록 계단을 만들지 않고 동굴로 숨어들었다가 절벽 위에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14세기에 들어서는 20여개까지 수도원이 늘어났으나, 세월이 지나자 불안정한 지반으로 인해 터가 점점 무너져 내렸고 현재는 6개만 남아 있다고 귀뜸해 준다.

한편, 메테오라는 크게 칼람바카 마을과 카스트라키 마을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침에 숙소의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 바로 앞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수직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회색 암벽들은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간 중간에 뚫린 그을린 구멍에서는 과거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들의 검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그리고 눈물이 이곳에 있었을까 생각하니 아직도 세상 욕심에 메여있는 내 자신을 보며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10여분 남짓 꼬불거리는 산길을 소형차로 달려 루사노 누네리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190여개의 계단을 오르니 수도원 입구가 보이고 빈 공간에 서니 탁 트인 전망 속에 멀리 발람 수도원이 눈앞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현기증이 날 만큼 오금이 저린다. 그만큼 높고 깊은 은둔의 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 속에서 철저하게 세상과 단절한 채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 깊숙한 곳에 숨어든 분들의 고귀한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본래 이곳은 수도원이었으나 현재는 수녀들이 그 엄격한 수행을 위해 변경된 곳이다. 벽면 곳곳에 성화(聖畵)가 걸려 있는데, 흰돌멩이에 메테오라 그림을 그려 넣는 수작업을 하는 수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도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는 아름다운 신앙인의 손길을 보는 것만 같다. 일찍이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서 선교하면서 장막을 만드는 일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생계를 위해 그곳에 장막업에 종사하였으나, 같은 업을 하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만나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양육하여 그들을 신실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았다. 그러므로 비록 생계를 위해 일을 하였으나 그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확장하는 일을 한시라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메테오라를 둘러 본 우리 일행은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사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하산하였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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