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五刑)을 오락(五樂)으로

  • 입력 2018.12.28 11:0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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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jpg

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가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크게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을 본다. 하나는 매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을 될 수만 있으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과는 교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어렵다. 왜인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이 굳어질까 염려가 되기에 그렇다. 오래전부터 교제하여 오던 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언제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조금은 듣기에 거북한 부정적인 말이 많았다. 일테면‘해도 안 된다. 어렵다, 힘들다’ 등이다. 그래서 아내가 그런 상황을 알고 있어, 가끔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거나 만남이 이루어지면 좀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왜 그런 사람과 그렇게 만나려고 하느냐?’ 하면서 불만이 많았다. 그런 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자연 그 사람과 거리를 두며 뜸하게 만나거나 연락을 하게 되어 한동안 연락을 주지 않고 지냈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의 생각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같은 사물과 상황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음지가 될 수도 있고, 양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에 함께 사역을 하였던 전도사가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면 거의 매사에 토를 달고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을 한다. 한 두 번이 아니라, 거의 그랬다. 그래서 아내와 둘이 자주하는 말은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교회를 섬기며 목회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런 예는 우리들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고금을 물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자저실기(自著實紀)』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이 다섯 가지 형벌을 받게 된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목형(目刑)이요,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이요,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이요,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그리고 또 궁형(宮刑)(젊은 미인을 보고도 설레 임이 없음)이다.’ 이것은 승지 여선덕이 한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뒤집어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이 있다고 하겠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을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반드시 죽임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을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고 하리라.”승지 여선덕이 말한 다섯 가지 형벌은 객관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심노숭은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다섯 가지 낙이 있다고 보았다. 이것이 생각의차이라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이런 발상의 전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결혼을 한지도 30여년이 넘고 목회를 한지도 30여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내가 처한 여건과 환경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섬기는 교회역시 소위 큰 교회를 이루지도 못했고, 유명한 사람이 되지도 못했다. 그러니 자연 사역의 지경이 넓지도 않고 좁다. 할 수 있는 것 보다는 할 수 없는 여건이 더 많은처지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속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작고 소소하기 때문에 얻어지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되니 무탈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만약에 나에게도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만한 여건과 상황이 되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욕심을 부리고 조금은 엉뚱한 허영과 명예를 위해 분주하게 뛰어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왜,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런 성향이 다분히 있음을 안다. 그런데 하고 싶어도 여건과 상황이 그렇지가 않으니 조용히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며 순간순간을 주님이 지켜주시고 도와주시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지내고보니 가장 큰 깨달음이다. 그렇다. 작고 소소함이 항상 모자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모자람 때문에 얻어지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찾아 즐기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괜찮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다 동일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듯, 우리들의 처한 처지와 환경도 다 똑같지 않다.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다양하다. 그러기에 우리가 늘 생각하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결국 나는 나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서 우리가 터득해야 하는 지혜는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섭리와 내게 맞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고 본다. 가끔 그런 사람을 볼 때 부럽기도 한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고 하면, 힘들고 어려워서 도저히 마음의 여유도 없고 편안도 없을 것 같은데, 마치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날 때 말이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상황인데도 저렇게 태연하고 편안하지? 하고 부러움을 가진다. 상대가 무엇인가 소유를 많이 가져서 그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 같으면 도저히 저렇게 살수 없을 것 같은 데, 저렇게도 태연하고 잘도 살아가지? 하는 자를 볼 때의 부러움이다. 이제 내가 처한 여건과 환경에서 몇 가지 즐거움이 있는지를 한번 찾아 목록을 열거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그 목록을 가끔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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