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필요한 시대

  • 입력 2019.02.14 10:1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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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스치듯 지나가다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스카이 캐슬’ 딱 한 장면만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 여자 인물이 책상 앞에 앉아 힘들어하는 한 남학생에게 재미있는 얘기라며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부모의 마음이 아닌, 직업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공부시켜 원하는 목표의 대학에 넣어주고 돈만 챙기면 그만인 사람이라서 그럴까. 옛날에 어떤 노부부에게 아들 셋이 있었다. 그 아들 셋이다 과거에 급제하고 금의환향했다. 부모는 너무 좋아서 동네잔치도 벌이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런데 아들 셋이 말에서 떨어져 즉사했다. 하도 억울해서 어머니가 저승을 찾아가 염라대왕에게 울며불며 물었다. 왜 하필 내 아들을, 그것도 셋이나 한꺼번에 데려 가냐고. 그랬더니 염라대왕이 그 어머니 앞에 지난날을 비춰주는 거울을 보여줬다. 이 부부가 젊었을 때 주막을 했는데 손님의 돈이 탐나서 손님들을 죽인 후 그 집 부엌에 감쪽같이 묻었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세 남자는 다시 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부모에게 금쪽같은 아들로 자랐다. 그러다가 과거 급제하여 부모를 너무 기쁘게 한 다음 바로 그 순간에 자기들이죽고 그렇게 복수를 했다. 부모의 뜻대로 순종하며 살다가 부모가 가장 행복해 할 순간에 산산조각 내버리는 것. 그것이 진짜 복수다. ‘너도 그렇게 하면 돼. 지금 공부하기 싫어도 참고 공부해서 멋지게 복수해봐!’ 하는 것 같은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정말 서울의대 합격을 하고 집을 떠난다. 부모를 향한 원망과비수와 같은 몇 마디를 남긴 채. 충격을 받은 엄마는 자살을 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 세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부할 동기를 부여한 사람이나 그 말을 듣고 실행에 옮긴 아들이나 고요히 자신 안에 있는 ‘자화상’을 들여다보았다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고요함이 필요한 세상, 고요함을 찾는 지혜만 배워도 인생의 중요한 것을 얻는다. 예수님도 ‘한적한곳’을 자주 찾으셨다. 왜 그러셨을까. 고요해야 들리는 것의 본을 보여주신 것이리라. 고요해야 자신이 보이고, 주변의 소리,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을까. 고요함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멈출 수 없는 마음의 문제다. 쉼 없이 달려야만 할 것 같은 분주함, 정신없이 대학에 들어가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일을 시작하고, 일단 정상에 오르고 봐야 할 것 같은 강박의 시대다. 그러하기에 잠시모든 것을 멈추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일주일에 하루 기도원을 찾는 시간이 있다. 물론 그곳에서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에 허우적거릴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께 마음을 집중한다. 고요함, 침묵이 필요한 시간, 내 생각을 멈추고 주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 비로소 진정한 내 모습과 내가 걸어가야 할 사명의 길을 다시 추스르게 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오직 말씀 안에서 하늘의 소리에 순종하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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