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의 가치

  • 입력 2019.02.21 15:1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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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어느 날 스승이 한 제자에게 돌멩이를 하나 주며 말했다. “이것을 시장에 가서 팔려는 척 하되 팔지는 말아라.” 이 말을 들은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순종하여 작은 돌멩이 하나를 들고 시장으로 나갔다. 제자는 시장 어귀에 깨끗한 하얀 보자기를 펴놓고 그 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두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면서 그를 보고 비웃었다. 별것 아닌 돌을 팔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이 가소롭기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돌멩이를 앞에 두고 서있는 청년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불쌍하게 여긴 어떤 노인이 다가와 친절하게 물었다. “젊은이! 그 돌멩이를 얼마에 팔 작정이요?” 그러나 그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따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 노인은 말했다. “젊은이, 내가 5000원을 줄 테니 그 돌멩이를 나한테 팔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구려.” 제자는 그냥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필시 그 돌에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1만원을 줄 테니 팔라고 했다. 그래도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인과 젊은이의 흥정을 보면서 한 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점차 수가 많아져서 서로 가까이서 보겠다고 밀고 당기고 아우성이었다. 흰 보자기 위에 놓인 돌멩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의 돌멩이 가격 흥정에 다른 사람들이끼어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수근 거리며 말했다. “아마 저 돌을 달여 먹으면 만병통치가 될 것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복이 굴러들어 온다”, “돌 생긴 모양을 보니 예술적 가치가 있다”, “어떤 물에라도 넣어 하루를 지나면 정수능력이 뛰어나고 육각형 물이 된다”는 둥 갖가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흥정 가격이 점차 높아졌지만 그 청년은 조금도 팔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안달이 난 사람들이 가격을 계속 높게 불렀다. “오만 원!” “육만 원” “팔만 원” “십만 원” “이십만원” “삼십만 원” “오십만 원”… 오천 원으로 시작된 돌멩이 값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에 엄청난 신비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 듯 서로 그 돌을 사려 안간힘을 다 하고 있었다.

 

드디어 처음의 그 노인이 “내가 처음 그 돌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러므로 내가 사는 것이 순리”라는 뜻을 밝히면서 말했다. “자, 젊은이! 이제 더 고집부리지 말고 그 돌을 내게 백만 원에 파시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원이오.”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입이 딱 벌리면서 자기들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음을 한탄하며 물러섰다. 그 젊은이는 “나는 이 돌을 팔 수 없습니다. 단지 시세를 알아보러 여기에 나왔을 뿐입니다.” 하고는 주섬주섬 돌을 보자기에 싸서 돌아갔다. 돌아오는 제자를 보며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알겠느냐? 사람들이 정하는 가치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사람들이 가격을 매기고 값을 정하는 것들은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은 흔하면 값이 싸고 흔치 않으면 비싸다. 특히 골동품 같은 것은 오래 되면 비싸다. 흔치 않고 희귀하거나 진품이라면 어떤 것은 부르는 것이 값이다. 또는 누가 사용한 것 이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것도 있다. 그렇다. 인간은 모든 면에 값을 매기고 물질적 가치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비싼 것을 가지고 있으면 흐뭇해하고 만족을 한다. 그러나 값으로 매길 수가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물질적인 것들은 값을 매길 수가 있지만 정신적인 것들은 값을 매길 수가 없다. 그리고 값을 정하는 것도 사실은 어떤 경우에는 어리석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정하는 가치란 기준이 없다. 마치 흥정하는 사람이 많으면 비싸고 흥정하는 사람이 적으면 싼 경매시장의 원리와도 같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정하는 값과 가치는 상대적이다. 그러나 절대가치가 있다. 참으로 가치 있는 값을 매길 수없는 것이 있다. 일종의 무형의 자산이다. 그것은 꿈, 비전, 진실, 성실, 사랑, 하나님의 사랑 등일 것이다.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고 값을 정하는 것은 때로는 돌멩이를 금처럼 판단해 가치가 전도될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사는 지금의 세상은 가치판단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혼선이다.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인우리들은 무슨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가?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인가? 혹시 순간적이고 보잘것없는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닌가? 마치 노인이 돌을 돌로 보지 않고 마치 신비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아 비싸게 값을 지불하는 어리석음은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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