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종교·성별 묻지 않고 돕는 ‘어떤 사마리아인’ 되자”

  • 입력 2019.02.25 14:33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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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총회 인권위원회가 ‘난민인권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21일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제1연수실에서 인권선교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난민과 한국교회의 인권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APIL)는 한국교회가 왜 난민을 보호해야하는지 성경에 비추어 설명했다.

그는 먼저 현재 한국사회 난민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 변호사는 “2018년 4월 이후 시작된 ‘제주 피난 예맨 난민’이란 사건적 계기 난민이 부각되었으나, 난민법과 관련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되기 힘든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고, 난민들에 대한 정책도, 난민들과 공존해야 할 시민들에 대한 정책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했다.

실제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접수된 난민 신청은 총 3만2733건이지만 그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792명에 그쳤다. 2017년 한 해에만 9942건의 난민 신청이 접수됐으나 최종적으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91명으로 난민인정률이 1.51%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왜 한국교회가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 변호사는 “예수님 자신도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함께 헤롯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셨던 난민이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태복음 2장13~21절까지의 본문은 오늘날의 난민들의 모습에서 주님의 얼굴을 찾고, ‘주리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는 것이 주님께 한 것’이라는 주님의 언명에 주목하여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방 아랍지역에서 체류자격 없이 지냈을 예수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예수께서는 이방인으로서 난민의 삶도, 난민들을 향한 날선 목소리도 이미 체험하셨다는 시각이다.

이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인식개선과 이해의 폭을 전반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난민은 이주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강제이주자로서 이주민과 다른 부분들도 있다. 난민을 단순히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사회 내에서 뿌리 내리고 함께 살아가며 연대할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난민과 연대하는 일은 인권단체들만의 과제가 아닌, 한국사회 전체의 과제라는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변호사는 “결국 난민들과 부대끼고 살아갈 지역사회, 시민들, 종교계가 난민과의 연대의 끈을 탄탄히 만들어 나가서 다양한 관계의 끈을 한국사회 내에 탄탄히 구축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 인권선교 정책협의회는 인권선언문을 발표하고,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줄 것을 다짐했다. 협의회는 “이 땅에 도착한 난민들이 부르짖는 생존의 갈급함과 그들을 향한 혐오의 갈림길이 한국교회 앞에 놓여있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들과 함께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될 것이다. 쓰러져 있는 ‘어떤 사람’을 향해 인종, 종교, 성별, 연령, 계급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를 부축하여 함께 걷고, 돌보는 ‘어떤 사마리아인’이 되어 왼손이 모르는 오른손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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