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갈 때

  • 입력 2019.03.07 09:3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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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최근에 세를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 되어 복덕방을 통해 새로 들어갈 집을 알아보고 이런 저런 일들을 진행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집에서 어느 부분의 내부에 타일이 금이 가고 균열이 생겨 임시로 테이프를 붙이면서 혹시 주인이 문제를 삼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이사 올 때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만 그 사진 파일을 지우는 바람에 처음상태를 몰라서 어떻게 하지?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이사 갈 때 부동산회사 측에서 나온 검사관이집의 상태를 조사하는 제도가 있다. 만약 세입자가 집을 험하게 사용하였거나 망가트린 부분이 있을 경우 복구에 필요한 벌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 제도를 가장 엄격하게 실시하는 나라가 스위스라고 한다. 이를테면 이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세입자가 창문과 변기까지 닦는 완벽한 청소는 물론이요, 자신이 세들 당시의 집 상태대로 모든 것을 회복시켜 두어야 한다. 벽에 못이 박혀 있거나 못 구멍이 나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개당 30프랑(한화 약 3만4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 벌금을 물지 않으려면 반드시 못을 뽑고 구멍을 메워 원상 복구를 해야만 한다. 어느 선교사님이 스위스에서 3년 동안 선교를 하고 귀국을 하기 위해 사용하던 집을 비우고 나올 때 예비검사를 받을 때였다. 집의 청결상태와 집기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던 검사관은 주방 오븐 위에 달려있는 팬 속의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토록 요구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몰랐는데 검사관은 그것마저 교체토록 했다. 들어올 때 새 필터가 꽂혀 있었으니 나갈 때에 응당 새것으로 교체해 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철학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들 실정은 어떤가? 가끔 우리들은 이사를 가거나 이사를 해서 들어갈 때 전 주인이, 전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너무 험하게 사용했던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집은 너무 심할 정도로 사용한 것을 본다. 벽에 마구 못질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온 집을 이사 할 때는 쓰레기장을 방불할 만큼 지저분하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든 안 믿는 사람이든 그렇다.

 

가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가게 된다. 그럴 때 눈엣가시처럼 느끼는 것이 신발을 아무렇게나 놓는 것이다.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신발을 잘 정리하도록 야단을 치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잘 안 된다. 우리 집에서도 항상 신발을 정리하는 것은 나이다. 어떤 책을 읽다가 이런 내용을 보았다.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만 사실이라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정말 부끄럽다. 독실한 불교신자들이나 가톨릭 신자들이 가정집 혹은 신을 벗는 식당에서 모임을 가질 경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신을 가지런히 벗는다는 것. 그러나 개신교교인들은 정반대이다. 이제껏 어떤 개신교 모임이든 참석자가 모두 신을 반듯하게 벗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기도원 집회를 가보아도 신발장이 아닌 곳에 어지럽게 널러있는 신발들을 많이 본다. 일본사람들은 자기가 신을 벗고 들어가면 꼭 다른 사람이나 자신들이 신을 돌려서나갈 때 바로 신고 나갈 수 있도록 정리를 하고 산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일이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의 정리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께 자신의 마음을 정돈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잠시 사용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동안 잘 쓸 필요가 있고 사용기간이 끝난 다음에는 검사관 앞에서 우리는 그동안 사용한 것을 셈을 하여야 한다. 내 집이 아닌 것을 내가 사용하는 동안 잘 사용하고 깨끗하게 사용하여야 할 의무가 있듯, 우리는 내 것이 아니고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기에 주인 되는 하나님께 잘 사용했다고 칭찬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죽음이란 예고치 않게 찾아오는 것이다. 죽음은 누군가가나의 서랍을 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항상 서랍을 잘 정돈하며 살아야 한다. 내 흔적을 될 수만 있으면 보기 좋게 남겨야 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집을 떠날 때 검사관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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