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에게 불상 참배 요청한 조계종

  • 입력 2019.03.19 08:2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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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불교 조계종을 방문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대표가 되어 종교계의 현안을 듣고자 방문한 것으로, 주호영, 이진복, 김순례, 이헌승, 전희경 국회의원 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계종은 이날 황교안 대표에게 조계사 대웅전에 참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겠지만, 황교안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에서는 우상에 절하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다.

불교 조계종의 리더십들이라면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을 터인데 기독교인에게 우상숭배를 요청하고, 받아들이지 않자 해당 종교언론은 ‘빈축을 샀다’며 이를 비난하는 보도를 일삼으면서 ‘어이가 없고 기가 차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황 대표는 교단 내에서 전도사의 위치에 있다. 이는 성직자로 인정받는 자리인데, 본인 종교에서 절대 금하는 우상숭배를 어떠한 경우에서도 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에서 행자교육을 마친 사미승이나 비구승 전 단계에 있는 승려가 교회에 가서 안수기도 또는 세례를 받으라고 한다면 받겠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18일 논평을 발표하고 “이웃종교 존중과 참배는 별개”라고 꼬집었다.

언론회는 “정치적인 행보와는 상관없이 황 대표가 기독교인임을 알면서도 굳이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절집에 오면 절집 법을 따라야 한다’며 대웅전 참배를 요청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참배를 요청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부당한 종교적 압력이면서 이웃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무례함”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언론회는 황 대표가 총무원장에게 합장하여 인사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는 것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공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목했다.

언론회는 “황 대표는 공적인 일로 조계종에 간 것이지 불교로 개종하거나 참배하러 간 것이 아니다. 분명 불교계가 과거 ‘범불교대회’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길들이려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이런 식상하고 전근대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불교가 소중하다면 이웃종교인 기독교도 소중하다. 황 대표가 정치를 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가 끝까지 간직할 것은 기독교 신앙이다. 이것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가 이웃 종교의 독실한 신자에게 자신의 예법을 강조하여 신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자비의 정신이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가 있다. 이것을 무시한다면 이는 종교 스스로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질서를 뒤흔드는 좋지 못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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