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고유영역을 세상 법정이 침범하고 있다”

  • 입력 2019.03.19 18:0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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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교회법학회가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춘계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기독교’라는 대주제 아래 한국사회와 교회에 큰 관심사로 떠오른 ‘종교의 자유와 국가사법권’, ‘종교적 병역거부와 기독교’에 대해 저명한 법학 교수들이 발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기조발제는 원로법학자인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가, 제1주제 ‘종교의 자유와 국가사법권’은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 제2주제 ‘종교적 벙역거부와 기독교’는 음선필 홍익대 법대학장이 그동안의 사례를 중심으로 각각 발표했다.

주최측은 “우리나라가 건국 초기부터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원칙이 잘 지켜지고 존중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인권과 종교다원주의를 앞세운 정부의 노골적인 반기독교 정책에 직면하여 흔들리고 있다”면서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도 과거에는 교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교회내부 분쟁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여 왔지만 최근에 와서는 ‘정의관념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라는 모호한 잣대를 내세워 교회내부의 결정을 뒤집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종교의 자유가 심각히 침해받는 우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취지를 소개했다.

“자유가 변질되면 저주가 될 수 있다”

‘종교·양심의 자유와 기독교’를 주제로 기조발제한 김일수 교수(고려대 명예)는 “자유가 하나님 앞에서 받은 소명으로 인식되지 않고 인간의 특권으로만 인식될 때 자유가 변질되거나 일탈의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라며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증명하듯 김 교수는 “개인주의와 절대 무제약적인 자유와 막무가내식의 권리요구에 생명과 양성을 기초로 한 결혼제도 및 가정의 신성성이 무너져내리고, 종교와 신앙의 자유, 양심과 공공선과 교회와 국가에 관한 전통적인 이해들이 광기에 찬 자기표현들로 난타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라고 고발했다.

이어 “안락사자유화와 죽을 권리 요구, 낙태자유화와 여성의 출산선택권 내지 낙태권 요구, 동성애자유와 동성혼, 성의 선택권 요구, 형법으로부터 더 많은 자유화와 간통죄·혼인빙자간음죄 폐지, 소수자 보호와 차별금지 및 소수자인권 강화, 양심적·종교적 자유를 내세운 병역거부와 그리고 범람하는 각종 인권조례 제정, 이른바 불신앙의 자유라는, 종전엔 듣도 보도 못했던 자유의 이름으로 복음전도의 길을 제도적으로 제약하는가 하면, 교회의 종교활동과 자율성 및 종교교육을 제약하는 갖가지 현상들도 유심히 지켜볼 일들”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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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염려스러운 것은 이른바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담론 하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보존하시기 위해 세운 거룩한 질서들이 모독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좌파지식인과 운동단체들에 의해 세계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그것이 공략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더욱 한심한 일은 이데올로기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회적 허위의식에 기울어진 이들 소수 목소리에 국가의 헌법기관들이 함께 놀아난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헌법재판소는 말할 것도 없고, 구청단위 이상의 지방행정기관들, 교육행정기관들, 중앙의 여성가족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같은 부서도 앞 다투어 이 길을 달려가고 있고, 최근 들어 대법원까지도 무엇이 우리사회의 기본가치인지에 대한 인식이 의심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가히 사회적인 무규범상태라고 할 아노미현상이 언제 우리사회를 쓰나미처럼 뒤덮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이 현실화된 정신적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교회와 성도들은 다시 깨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이 불의한 사태들에 저항하여 그것은 진리도 정의도 아니라는 사실을 외쳐야 한다. 그 길로 들어서면 사회가 무너지고 무고히 죽어간 생명의 유골들이 가득한 해골골짜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외쳐야 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공론화의 장이든, 거리에서의 시민불복종의 항의이든 아니면 법적 소동을 통한 법의 본질 바로 세우기 운동이든 시대의 징조 앞에서 자유에로 부름 받은 교회와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짊어져야 할 부르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 문제는 교회법에 따라 스스로 해결하도록”

특히 종교의 자유의 위기에 주목한 김 교수는 국가 권력이 종교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극히 경계하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종교의 사적 영역과 국가·사회공동체 사이에 갈등의 여지가 있을 때, 법치국가는 더 작은 단위의 생활공동체를 더 큰 단위의 생활공동체보다 우선시한다는 원칙에 따라 교회법의 본질적인 문제는 교단헌법에 따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00여년이 훨씬 더 된 교회 헌법을 무시하고, 목사안수를 다시 받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거나 노회와 총회 같은 상위기구들을 아무 이성도 권위도 갖지 못한 세속조직의 일부처럼 간주하여 교단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법부가 교회분쟁에 대해서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금도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한계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히 사랑의교회 문제에 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그러한 금도를 벗어나 기독교의 기초적인 교리와 법도를 침해할 만큼 개입한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며 “대법원의 이런 시각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앞으로 교회공동체의 거룩성을 허무는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여 염려스러운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인권이나 양심으로 병역거부 정당화는 한계 있어”

또한 김 교수는 근래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의 병역거부 판결을 예로 들며 형법 범죄체계에 혼동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김 교수는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방의 의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반대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번 대법원 판례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를 구성요건해당성배제사유로 보고, 실제로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극히 주관적인 내심의 양심판단까지 구성요건해당성배제사유라고 해석하는 것은 형법 범죄체계의 혼동”을 초래한다면서 “당사자의 기상천외의 변명에 대해서도 법원이 끌려들어가야 하는 현실적으로 감당하지도 않을 일을 대법원이 지금 여기에서 사변적으로 씨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은 결코 이기적이거나 반사회적이거나 부도덕한 것들을 미화하고 정당화시키는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사건에서)소수자의 인권론의 적용은 부모형제자매와 이웃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적 삶의 터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의 몫인 병역의무를 그릇된 양심과 세상 나라를 사탄의 왕국쯤으로 치부하는 그릇된 교리를 은폐하고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내세운 논거”라며 “대법원이 포스트모더니스트적인 맞장구를 친 것이거나 무얼 오해했거나 일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소수자인권이나 양심상의 이유를 들어 병역거부를 정당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는 한 대법원 판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치든지 아니면 입법기관이 직접 시대상황의 변화와 권리적격성을 검토하여 큰 틀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면서 “애매모호한 법률용어를 빌미삼아 법관들이 보통사람들에게 궤변으로 들릴 수 있는 논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대체복무와 같은 제도를 먼저 구축한 뒤에 이 문제를 풀어야 형평과 평등 시비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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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 교수 “목사의 자격은 교회의 고유영역”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는 사법부에 의한 종교의 자유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는 대법원의 주요 교회들에 대한 판결을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짚어보고 대책을 제시했다.

‘종교의 자유와 국가사법권’을 주제로 발표한 서헌제 교수는 “기독교 교회에서 누가 목사의 자격이 있는가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교회의 고유영역”이라며 “대법원은 사랑의교회 판결에서 전체 교회와 교단의 의사에 반하는 일부 교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목사 자격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교회의 고유영역을 세속법의 잣대로 재단하여 정교분리원칙을 침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서 교수는 “대법원이 미국 장로교 목사였던 오정현 목사가 한국 장로교단의 목사가 되기 위해 목사고시를 다시 보고 재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목사 자격을 부인한 것은 ‘재안수는 불가하며 하나님 앞에서의 서약을 무효로 하는 신성모독에 해당한다’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믿음과 교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와 국가 사법부가 목사 자격 인정을 문제로 정면으로 대치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대법원은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에 충실하여 교회의 고유영역인 목사의 자격에 관한 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며, 사랑의교회 판결이 가지는 중요성과 기독교계의 우려를 존중하여 이 사건을 특정 법관이 좌우하는 소부(小部)가 아니라 대법원전원합의부에 회부하여 신중하게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음선필 교수 “종교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인가”

한편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 주도하는 속칭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병역의 의무를 교인들이 수행해야할 신성한 의무로 가르치고 실천해온 기독교인들과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로 비쳐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종교적 병역거부에 기독교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내용도 다뤄졌다.

‘종교적 벙역거부와 기독교’를 주제로 발표한 음선필 교수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실정법의 체계적 해석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원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법적 논증으로서 엄밀성이 미흡한 반면에 입법정책론으로서 의욕을 내세우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을 실현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이라면서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갈등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 교수는 “새로이 제정할 법률명을 무엇으로 할지, 대체복무의 분야·기간·형태·신청자격, 진정한 양심 여부의 심사 기준·절차·기구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중 가장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것은 대체복무의 분야이다. 특히 대체복무를 비군사적인 ‘민간복무(civil service)’로만 할지, 아니면 ‘비전투분야복무(non-combatant service, 비집총복무)’도 포함할지가 관건”이라면서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그릇된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집단의 활동에 대해서,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의 허용으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안보의식과 국방력의 약화에 대해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음 교수는 “여호와증인의 이단적 주장이나 교리의 허구성을 명백히 밝히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군 문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올바른 진리 위에 견고히 세우는 것과 성경의 가치관에 따라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잘 담당할 수 있는 ‘새벽이슬’같은 청년으로 키워, 한국 교회가 국가의 방향을 바로 잡아줄 수 있도록 선도(先導) 이상의 선도(善導)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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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미나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정재곤 사무국장의 인도로 박종화 목사(원로이사, 경동교회원로)가 요한복음 8장1~11절을 본문으로 ‘예수님의 판결’ 제하의 말씀을 전했으며, 학회장 서헌제 교수(학회장, 중앙대)의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3부 토론회는 김일수 교수(고려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권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와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의 지정토론 후 자유토론과 강론 시간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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