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목사의 자격까지 다루게 되나

  • 입력 2014.10.14 08:5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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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제일교회 H 목사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세상법정이 목사의 자격을 심의 결정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에 통합총회(총회장 정영택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박종덕, 이하 NCCK)가 대법원에 일제히 탄원서를 제출하고 교단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등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통합총회는 지난 8일 제출한 탄원서에서 “세속의 잣대에 의하여 목회자의 자격 문제라는 교회의 근원적 문제에서까지 교회의 권위가 훼손되는 상황에 대해서만큼은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면서 “부디 이 사건을 교단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귀 원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통합총회는 “허위의 경력증명서를 제출해 목사안수결의를 받았고, 그러한 사실이 밝혀진 터라 저희 총회 재판국이 H에 대한 목사안수결의를 무효로 판단하였던 것”이라는 점과 “미국 시민권자였던 H을 강북제일교회의 위임목사로 청빙승인한 평양노회의 결의가 교단의 신앙고백과 제69, 87회 총회 결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그 승인결의를 무효로 판결했다”고 적시하고 “총회는 H에 대한 목사안수결의와 청빙승인결의의 효력 유무는 차치하고라도, 도저히 2014. 4. 28.에 벌어진 폭력사태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9월30일 앞서 가장 먼저 탄원서를 제출한 NCCK는 “이번 재판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막대한 의미를 감안하시어 최대한 종단의 종교적 자유를 배려해 주실 것을 탄원드린다”면서 “교단의 종교적 자율성을 신뢰하여 주시고 종단이 내부적 절차에 의해 종단의 내적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실 것을 회원교단연명으로 탄원드린다”고 밝혔다.

NCCK는 “본 재판은 단순한 개별 교회의 사건이 아니라 종단이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본질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하고 “만일 성직자의 안수와 성직자 위임의 적부가 교단의 종교적 질서가 아닌 국가법으로 결정된다면 종단은 더 이상 신뢰 받을 수 없으며 고유한 질서 속에 본래적 종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종단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종단이 갖고 있는 성직안수 및 목사청빙은 한 점의 거짓도 용납될 수 없는 종교적 특성을 갖고 있다”며 “종단의 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진 목사안수와 한국 기독교의 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세워진 외국인에 대한 임직불가 원칙에 대해서 종단에게 자율권을 주지 않고 법원이 가부를 판단한다면 성직의 진정한 의미가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며 종단은 존재의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사안의 무게감을 전했다.

한교연도 지난 2일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성직안수 효력과 위임목사 청빙 효력은 교단이 임직하는 내부의 성직에 관한 문제이므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의 신앙과 종교적 자율과 양심, 그리고 내부적 절차에 맡겨주시어 한국교회의 성직자들이 우리사회의 마지막 양심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지켜달라”면서 “대법원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재판국의 자율성을 신뢰하시어 교단이 내부적 절차에 따라 성직의 안수나 임직의 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실 것”을 탄원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교회법의 재판과정에서 올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3심 제도 뿐 아니라 재심과 총회특별재심, 해벌 등 다양한 자율적 보완기능을 교회법으로 제도화해 운영하고 있어 얼마든지 내부에서 문제 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범적인 교단”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사건에서 성직안수를 위해 전임전도사 2년을 이수하지 않았음에도 이수한 것처럼 거짓내용의 증명서를 제출했다는 것과 담임목사 취임 시 외국국적을 보유한 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에 큰 충격이며 종교 성직자의 자격 기준에 있어 본질적인 내용으로 종교 내부에서 논의되고 처리되어야 할 중대한 종교적 문제”라고 전했다.

이번 강북제일교회 문제는 한교연과 NCCK가 탄원서를 제출할 만큼 단순한 개별교회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목회자의 자격과 목사 안수에 관련된, 교단과 종교의 정체성마저 뒤흔들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한국교회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H 목사는 지난 9월11일 평양노회를 상대로 제기한 위임목사청빙 승인결의 효력정지(방해금지) 가처분 소송(2014카합 80365)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조인서 목사를 강북제일교회 위임목사로 승인한 2014년 4월21일 평양노회의 결의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원은 H 목사를 강북제일교회의 대표자로 인정하면서 조인서 목사를 선임한 당회가 소집절차와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8월2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조인서 목사에 대해 강북제일교회의 대표자로서의 직무집행정지 및 명칭사용금지 결정을 받는 등 법원 판결에서는 H 목사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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