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10)

  • 입력 2019.03.21 10:3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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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목사
▣ 영월주님의교회 

▣ 전 터키 선교사 

앗소(Assos, 헬라어 행 20:13~14)

앗소로 가는 길은 경치가 아름다워 성지 순례객들의 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에게해 연안에 위치한 이곳은 터키 북쪽에 위치한 차낙칼레(Canakkale)를 따라 내려오게 되면 주변에 그림과도 같은 오래된 올리브 나무와 갑자기 깎아지듯한 해안 길 위에 그림과도 같은 잔잔한 에게 바다를 맞이하게 된다. 이제 잠시 이곳에서 숨을 고르고 난 후에 아이바즉(Ayvacik)이란 소도시를 지나 해안 방향으로 20여분 가다 보면 올리브 나무와 하늘색바다가 잘 어우러진 항구도시인 앗소에 닿게 된다. 성지 앗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흥미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원전 348년, 헬라시대에 앗소를 통치하던 헤르미아스(Hermias) 왕은 플라톤이 죽은 후에 아테네의 플라톤 아카데미 원장직을 이어받지 못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앗소에 오게 되자, 그를 환대하여 이곳에 학문을 연구하는 아카데미를 열어주었다. 그러므로 그는 이곳에 정착하여 피티아스(Pythias)라는 왕이 입양한 딸과 결혼하고, 앗소에 아카데미를 세워 교장으로서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 동, 식물학을 연구하였다고 전한다.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이 이곳 앗소를 공격하자 우수한 문화를 가진 앗소의 황금기는 막을 내리고 이곳을 통치하던 헤르미아스 왕은 적에 붙잡혀 목숨을 잃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거주하던 아리스토텔레스도 페르시아군을 피해 이곳에서 에게 바다를 건너 그의 친구인 마게도니아의 왕 필립 2세에게 가서 그의 아들의 스승이 되었는데, 그가 바로 후일 그 유명한 알렉산더 황제가 되었다. 지금도 북마게도니아에 위치한 데살로니가에 가면 도시 입구에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념비가 남아있다. 한편, 기원전 334년 앗소는 페르시아군을 몰아낸 알렉산더의 통치를 받다가 기원전 241년에는 버가모 왕국에 편입되었다가 기원전 133년에는 버가모 왕국을 무너트린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AD 53년 경, 3차 선교여행 중에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서 마지막 설교를 하고 이곳을 출발하여 레스보스(Lesbos) 섬이 있는 미둘레네로 가는 도중 이곳 앗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도행전의 저자이자 바울의 선교 동역자였던 누가는 배를 타고 먼저 이곳 앗소에도착하여 육로를 통해 선교를 하며 오던 바울을 배로 태워 미둘레네로 함께 이동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13 우리는 앞서 배를 타고 앗소에서 바울을 태우려고 그리로 가니 이는 바울이 걸어서 가고자 하여 그렇게 정하여 준 것이라 14 바울이 앗소에서 우리를 만나니 우리가 배에 태우고 미둘레네로 가서(행 20:13~14).비록 지금은 앗소가 조그만 해안가 마을로 전락하였으나, 현재 고고학자들의 계속되는 발굴로 인해 과거 이 도시가 화려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기원전 530년에 세워진 앗소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는 해발 238미터 위에 도리아식 건축양식으로 거대한 아테네 신전이 세워져 있는데, 돌로 깎아 만든 기둥이 무려 38개나 되며 그중 6개는 아직도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기원전 4세기경으로 주정되는 14미터 높이의 높은 망대와 돌로 된 게이트, 그리고 무려 5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야외극장과 경기장, 아고라(Agora) 등은 과거 이 도시가 얼마나 번영한 도시였는가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제 드로아에서 이레 동안 머물렀던 바울은 그곳에 있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주일 밤에 마지막 예배를 드린 뒤에 계획했던 대로 다음 행선지를 위해 월요일 아침에 드로아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평소 자신과 함께 한 동역자들과 함께 동행하지 않고 혼자 걸어서 앗소에 오게 되었다.

드로아에서 앗소까지의 길은 60km나 되는 먼 길이요 병약한 그에게는 다소 힘든 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앗소까지 홀로 걸으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 그는 앞으로 로마까지 이어지는 선교여행에 대하여 깊히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는 아시아에 있는 에게 해안을 걷고 있으나 바다건너 먼발치에 있는 유럽이 아련히 보이고,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로마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 선교하면서 경험했던 것처럼 앞으로 각 성읍에서 마주치게 될 온갖 시련과 고난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홀로 걸으면서 주님과 깊은 독대의 시간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홀로 이 세상에 왔다가 언젠가는 홀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게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를 가든지 함께 동행해야하는 자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목적을 향해 마지막 순간에도 동행해 줄 자신과 함께 깊이 대화했을 것이다. 사도 바울의 심정을 연상하면서 우리 일행은 이 위대한 사도의 홀로서기를 위한 모습을 새삼 느끼며 앗소에서의 선택과 고뇌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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