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목양 칼럼] 작곡발표회의 빛과 그림자

  • 입력 2019.03.31 08:1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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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작곡발표회와 관련해 제 소감을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목사님께서 작사, 작곡하신 곡들은 널리널리 불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은연중에 스며드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곡을 접하고 나서 ‘아! 이 좋은 곡이 소 목사님 작품이구나!’ 하고 느낀다면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작곡가회 초청이라고 하나, 일반적인 인식은 '나도 작곡가야' 라고 드러내는 걸로 보일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 특정인이 추진해 다 결정된 다음이어서 목사님께서 생각하실 여지가 별로 없으셨을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항상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는 애국하는 종교지도자의 이미지가 희석된다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시기의 이미지 분산 효과 때문입니다.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것 아닐까 마음이 쓰입니다. 그냥 저의 충정어린 생각으로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충성!” 그날 작곡발표회가 끝나고 12시가 넘어서 온 문자입니다. 백번 동의하고 동감하는 말씀입니다.

사실 저도 그 날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작곡발표회는 제 의도로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저희 교회에서 지휘를 하고 계시는 바리톤 여현의 집사님이 언젠가 저의 작곡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여의도 영산아트홀에 작곡발표회 계약을 하고 노래를 부를 성악가들까지 다 섭외를 해 놓은 것입니다. 저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음악공부를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 노래들을 제가 작곡을 하였다 하더라도 저는 비전문인이고 마치 면허증 없는 돌팔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일 작곡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볼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죄인처럼 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까 정말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더구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박요셉 목사님이 적절하게 홍보를 하고 문자를 보내서 직접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 분들은 제가 전화를 드려서 “제발 오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번 행사에 거의 신경을 못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오면서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손님들을 초청해 놓고 노래가 어떻게 불려지나 하고 다리를 덜덜덜 떨었습니다. ‘괜히 이런 발표회를 해 가지고 사람들에게 누가 안 되나, 또 내가 지나치게 쇼하고 이벤트 한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주변에 앉아 계신 분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것입니다. 어떤 의원님은 국회청문회 때문에 늦게 오셨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너무 행복해 하는 것입니다.

더 위로가 되는 것은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하셨던 최영섭 선생님의 추천의 글이었습니다. “소강석 목사님은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외롭고 서러운 고독과 인내 속에서 응고된 고뇌가 선명하고 독창적인 숨결의 선율로 메아리칩니다. 감사와 희망의 꽃씨를 심어주는 한과 얼이 솟아나는 그의 음악이 이 시대와 사회에 감사와 희망, 나눔과 소통의 큰 물결이 되기를 소망하며 늘 봄을 맞이하는 치유와 소망, 희망의 곡들을 우리에게 많이 안겨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고향의 노래’와 ‘내 마음의 강물’을 작곡하신 이수인 선생님도 이렇게 격려해주셨습니다. “소강석 목사님의 곡을 접하면 역경을 이겨낸 파란 새싹처럼 기운차게 솟아나는 새 소망을 느낍니다. 문득 고향의 산과 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인생이란 겨울처럼 춥고 봄처럼 따스함을 알려주는 봄바람처럼 저를 안아줍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수행자처럼 겸허하게 다가오는 깊은 그만의 멜로디가 시나브로 드넓은 벌판으로 전해짐을 느끼게 합니다.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신 것을 축하하며 강물처럼 끝없이 흐르는 예술 혼과 깊은 수행의혼으로 에밀레의 생명 소리를 만백성에 전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게다가 작곡발표회가 끝나고 정영택 작곡가와 ‘동그라미’를 작곡하신 심귀복 작곡가님이 제 손을 잡고 격려해 주시는 것입니다. “목사님, 멜로디가 너무 좋습니다. 정말 위대한 음악 혼을 가지셨을 뿐만 아니라 그 음악 혼이 애국으로 승화 되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노래’, ‘최재형 자유의 아리아’ 이런 노래들은 정말 귀한 곡입니다. 이건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분명히 보는 관점에 따라서 빛과 그림자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 제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음영은 있었습니다. 그 음영을 생각하며 저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상념의 바다에서 출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신 잠은 미국 가는 비행기에서 자야 하겠습니다.

이 깊은 밤, 작곡발표회를 위해 수고하신 분들 그리고 성악가들,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그저 빚진 자의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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