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미래

  • 입력 2019.04.05 09:0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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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모짜르트의 생가, 잘스브르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도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잘차흐 강가에 위치한 게트라이더 거리에 있는 생가. 그 곳에는 모짜르트가 사용했던 침대, 피아노, 바이올린, 자필 악보, 서신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층에는 유명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초연할 당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소품들, 3층과 4층에는 모짜르트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당시의 동네 모습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집에서 태어나 음악과 함께 자라나며 17살까지 살았다. 내 마음과 눈을 끈 것은 환경이었다. 그가 보며 자란 호헨쟐츠부르그 성과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 그의 마음에 늘 잔잔히 흐르며 음악적인 영감을 주었을 잘차흐 강. 환경은 사람의 정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에. 그곳에서 모짜르트는 놀고 자라고 세례를 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었으리라.

그 오래된 시간들은 지금은 미래가 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여전히 아름다운 모짜르트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음을 본다.20대 젊은 날에 독일 철학자 괴테가 살면서 거닐었다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맞은 편 숲길을 걸은 적이 있다. 그때의 그 아름다운 도시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산책하며 뭔가 생각이 고이는 듯한 느낌이 몰려왔던 경험. 윌리엄 워즈워드가 살던 잉글랜드 호수지방의 한 동네에 갔을 땐 마치 주변의 모든 자연들이 모두 시가 되어 몰려들 것 같은 충동이 일었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빠져있었던 기억. 시간은 흘러도 그들의 오래된 마음들, 시들은 여전히 세대를 넘어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내 고향, 유럽의 풍경과는 다르지만 회화와 같은 내 마음속의 따뜻한 고향이 있다. 그저 소박하고 나사렛처럼 선한 것이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내가 예수님을 만나고 세례를 받고 자라난 자그마한 시골교회와 뛰놀던 산과 들과 친구들. 지금의 나를 만든 고향의 정서는 내 마음에 깊이 배어있다.

잠시 눈을 감으면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오래된, 지금도 살아있는 미래. 이제는 밀려든 도시화로 인해 많이 변해 버린 듯한 고향의 풍경이지만 변함없이 내 진짜 고향은 그 오래 전 내가 자라던 그 정취를 담고 있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 신앙의 모습과 문화, 화려함은 옛적 과 비교할 수 없지만 역시 내신앙의 고향은 주님과의 투박한 만남이었던 그 시절이듯이. 늘 기억하고 싶은 장소. 소박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정취, 주님과의 어수룩한 만남의 시간들. 그래서 더 더욱 고향을 찾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미래> 라는 책의 제목처럼 나의 마음도, 주님을 향한 나의 신앙도 늘 변함없는‘오래된 미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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