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11)

  • 입력 2019.04.11 11:4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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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목사
▣ 영월주님의교회 

▣ 전 터키 선교사 

미둘레네 (헬라어 Μυτιλήνη)

조개가 많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미둘레네는 BC 11세기에 형성된 도시로, 에게 해에서 세 번째 큰 섬인 레스보스(Lesbos, 면적 1636㎢)의 13개 성읍 가운데 수도이다. 현재 이곳은 레스보스라고 부르는데, 유럽에서 가장 수질이 좋은 광천수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본래 이 섬은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 탓으로, 일찍부터 문화가 번영하였고 포도와 올리브의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한편, 이곳은 고대로 부터 유력한 수군을 보유하고 있어 BC. 495년 이오니아 반란 때에는 라데해 전에 참가했지만, 동맹국으로부터 이탈하여 바사에게 항복하였다. 그 후 BC. 428년에 아덴 동맹에 가입했지만 다시 배반하여 괴멸되고 만다.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BC 337~335에 이 섬에서 2년간이나 거주하였다. 그는 이곳 출신이자 친구인 테오프라스투스에게 자신이 연구한 철학을 계승하도록 하였는데, 그 후 그는 레스보스를 떠나 마게도니아의 필립 2세의 아들인 알렉산더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다고 전한다.

BC. 80년경 미둘레네는 로마제국에 점령되었다가 BC. 63년 로마의 명장 폼페이우스는 이곳을 자유시로 허락한 후, 15세기 이후부터는 오스만 터키제국에 속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터키에서 이곳 레스보스에 방문하고자 한다고 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고 미둘레라고 해야 쉽게 알아듣는다. AD. 56년경 사도 바울은 제 3차 선교 여행 중에 이곳에서 약 50km 떨어진 앗소에서 일행과 합류하여 배를 타고 남쪽으로 레스보스(Lesvos) 섬 동남쪽에 있는 가장 큰 도시 미둘레네 항구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행 20:14~15).14 바울이 앗소에서 우리를 만나니 우리가 배에 태우고 미둘레네로 가서 15 거기서 떠나 이튿날기오 앞에 오고 그 이튿날 사모에 들르고 또 그 다음 날 밀레도에 이르니라 우리 일행은 사도 바울이 입항하였다고 하는 니피다와 스카라 포리크니토우를 지나 그가 잠시 머물렀다고 하는 바실리카라는 동네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은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사도 바울 일행은 이곳 어디선가 고된 선교 여행을 하면서 잠시 쉬어 갔을 것이다. 한편, 미둘레네는 희랍 정교회에 소속된 오래된 수도원들이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일명 성 이그나티오스 수도원(St.Ignatios Monastry)이라고 부르는 레스보스 리모노스 수도원은 450여권의 고대 헬라어 성경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고 헬라시대와 오스만 시대의 역사와 자연 환경을 담은 약 2000권이 넘는 희귀한 고서들이 소장되어 있어 보물 창고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쉽게 공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수도원 정 중앙에는 삼위일체를 상징하여, 세 손가락을 치켜들고 말씀을 강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이곳을 찾아 온 성지 순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초대 교회 당시에는 얼마나 삼위일체의 논쟁이 심하였던지 성화가 그려진 곳곳에 삼위일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본래 1526년 수도원을 세운 분은 성 이그나티오스 아갈리아노스(St. Ignatios Agalilianos)라고 하는데, 그는 수도사가 되기 전에 본명을 요한니스 아갈리아노스(Ioannis Agallianos)라고 불렀다고 한다. 성직자인 부친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이곳 카로니시 근교에서 태어나 자신도 성직의 길을 걸었으나, 아내인 마리아와 자녀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 상심에 빠진 그는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자신이 사제로서 성직의 길을 바로 걷지 못 한 데에 기인하였다고 생각하여, 후에 그는 수도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므로 고향 가까운 이곳에 비잔틴 시대에 버려진 오래된 교회를 고쳐 수도원으로 만들고 천사장 미가엘이란 이름으로 수도원을 봉헌하였다. 구약 성경에 보면 미가엘은 천사장으로 수석천사를 의미하고, 다니엘서에 보면 미가엘은 하나님의 소식을 전하는 천사를 돕기도 하였다(단10:13, 21; 유 9) 그러므로 미가엘은 성경에 하나님의 통치권을 옹호하고 그리스도를 반대하는 적들과 싸우는 천사로 성경에는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 미둘레네 섬에 있는 수도원을 순례하다보면 유독 이곳에 천사장 미가엘의 성화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것은 바로 이곳에 살면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믿음의 선진들이 얼마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사자인 천사의 도움을 갈망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성 이그나티오스 아갈리아노스(St. Ignatios Agalilianos)는 이곳에 여성이 영성 훈련을할 수 있도록 수녀원과 학교를 만들고, 이 후 그는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로 성지 순례를 떠났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의 신앙의 숨결은 아직도 이곳을 찾는 성지 순례객들에게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 감회가 크다. 최초의 서정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호메로스와 쌍벽을 이루었다고 하는 여성시인으로 알려진 사포의 고향인 이곳 에레소스를 들러보고 바위 위에 세워진 교회가 있는 페트라와 화석자연박물관이 있는 서쪽 시그리 지역을 방문한 후에, 우리 일행은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낯선 이곳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도 바울의 모습을 연상하였다. 이제 복음 전도를 위해 한 길만을 고집하며 평생 걸어왔던 위대한 사도 바울의 숨결이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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