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동성애 포용 시도 무산

  • 입력 2014.10.20 08:0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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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를 포용하러던 가톨릭의 시도가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에서 13일 공개된 중간보고서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 이들 커플의 아이들을 환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톨릭이 동성애자를 포용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결국 18일 마지막 날 회의에서 모두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간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자 보수 가톨릭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교황청은 동성애 관련 문구를 한층 완화해 절충을 시도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에 의하면 마지막 날 회의에서 동성애 관련 문구를 채택할지 투표를 거쳤으나 118명 찬성, 62명 반대로 집계돼 2/3 이상의 득표에 미치지 못해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동성애 관련 내용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2/3에 가까운 118명이 찬성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 동안 금기시 해 온 동성애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가톨릭의 지도자들의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머지않아 가톨릭이 동성애를 수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이번 시노드의 이러한 충격적인 소식에 기독교계는 극히 경계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2000년간 동성애를 금해 온 가톨릭이 지난 13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듯한 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소수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하나님의 명령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성령은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타락과 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 행위는 인간의 가장 타락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이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병은 본인 스스로 고치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독교회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면서 “자유방임적 퇴폐와 쾌락까지 성 소수자의 인권 보호라는 허울로 포장하여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를 우리는 결코 용인하고 묵인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논평을 통해 “신구약 성경에서 명백하게 금하는 것에 반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시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결코 진리라 말할 수 없다”면서 “이런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모든 행위는 신앙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며 인류 존립 이유에서도 불합치 할뿐더러 일탈적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로마 가톨릭에서는 그동안 소위 ‘교황무오설’을 주장해 온 바인데, 이번에 교황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지난 십 수세기 동안 역대 교황들의 교시에 반하는 것”이라며 “교황 교회정치의 오류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스스로 증명해 주는 것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가톨릭과 가까이 사귀며 직제일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예장통합과 기장, NCCK 등은 이번 가톨릭의 동성애 논란과 관련해 침묵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예장통합은 직전 총회장 때 동성애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한 바 있지만 가톨릭이 동성애를 포용할 상황에 이르게 된 때에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가톨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톨릭 시노드의 최종보고서는 각 교구로 전달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2015년 10월 다시 최종보고서를 펴낼 예정이어서 가톨릭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찬반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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