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던진 시국선언문…수치와 모욕은 한국교회의 몫

  • 입력 2019.06.10 23:3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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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5일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시국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내던진 한 장의 문서가 한국교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생각을 공인된 사실인 마냥 늘어놓으며 ‘6만5천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하는 한기총’이라고 제멋대로 보편성과 전체성을 부여한 데에 한국교회는 분노하고, 세상은 비웃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시국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하여 종북화, 공산화되어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권은 그들이 추구하는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청와대를 점령하고 검찰, 경찰, 기무사, 국정원, 군대, 법원, 언론, 심지어 우파시민단체까지 완전 점령하여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민들의 이성적 생각을 마비시켜 변온동물인 개구리 익사전법으로 대한민국을 그들의 프레임에 가두어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루어놓은 세계사적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정치권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하여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자 내년 4월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는 “우리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부터 단식 기도회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광훈 목사의 성명서는 한국교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기독교윤리실천연대는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라고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섰고,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국민을 분열하는 한기총은 역사에서 사라져라”라고 일갈했다.

기독교윤리실천연대는 “한기총은 한국교회 내에서 정치적으로 치우친 소수의 집단에 불과하다”면서 “책임있는 정당과 언론이라면 우선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기총의 발언들이 실제 한국교회 교인들의 생각을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름 없고 빛도 없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허탈과 당혹함에 빠뜨리고, 화합과 갱신을 도모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거슬러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는 한기총은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해악의 존재가 됐다”며 “존재 이유를 상실한 한기총은 한국교회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진보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는 지난 10일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같은 종교인의 광기어린 일탈을 매우 수치스러운 스캔들로 받아들인다”며 “한국의 모든 언론이 더 이상 전광훈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에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시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교회협은 먼저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도니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대표인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도발을 일삼아왔다”면서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그의 역사 왜곡과 막말은 보편과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대다수 건전한 보수 진영이 지닌 대화적 품격을 모욕하였으며, 존재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처 입은 집단인격에 또 하나의 상처를 덧입혔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교회협은 “전광훈 목사는 작금에 보여준 일련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본인과 일부 정치집단이 지향하는 권력쟁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서 속히 깨어나기 바란다”며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을 위하고 한반도의 민주와 평화와 번영을 위한다면, 한국교회 성도들과 시민사회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광훈 목사를 향한 비판과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광훈 목사가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한기총 내부적으로 전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전광훈 목사 개인의 성명서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개인의 성명서를 대표회장 이름으로 공개해 한기총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성토했다.

이어 “비대위는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이루기 위해 한기총을 이용하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한기총 대다수 임원과 회원은 전광훈 목사가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속히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같은날 ‘한기총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모임(한사모) 145명 총대일동’ 명의의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한사모는 “목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정교분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임원회의 의결 없이 혼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불법 시국선언문이다”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제 그만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재신임을 받던지,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목사직을 사표내시고 정치가가 되시라”며 “당신으로 인해 한기총의 순수하고 선량한 목사들과 대한민국의 대다수 기독인들이 기독인인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주님의 영광 그만 가리시고, 만시지탄이 되지 마시기 바란다”고 고언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11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하야 특별기자회견 및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상·하원에 보내는 공개서한 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후 4시부터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릴레이 단식기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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