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재지정 논란, 목표는 같지만 방향이 달라

  • 입력 2019.06.24 14:0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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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 재지정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학부모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6월20일 전북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전주 상산고를, 경기도 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특히 지역별로 교육감 재량에 따라 커트라인이 달라 형평성 논란과 함께 교육권 침해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 평가의 커트라인은 60점이었으나 근래 70점으로 상향됐고, 상산고가 위치한 전북교육청은 전국 최고의 80점을 커트라인으로 정해놓았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학교 평가 지표별 점수인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학생만족도, 학부모 만족도, 교원 만족도, 프로그램 학생참여율 등에서 만점을 받았음에도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이라는 항목에서 감점을 받음으로 재지정이 취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산고가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었더라면 우수한 성적으로 재지정이 되었겠지만 전북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커트라인 80점을 충족하지 못해 재지정 취소에 이른 상황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48조는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지난 4월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교육감의 재량이라는 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보다 앞서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질 모양새다.

그런가하면 안산 동산고는 평가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에 자사고는 42개에 이른다. 2001년 자립형 사립고가 만들어졌고, 2010년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 의해 ‘자율형사립고’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6월21일 논평을 발표하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을 정치적 이념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언론회는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교육적 측면과 객관적 입장에서 이뤄져야 할 평가 내용들이 의혹투성이가 된다면 누가 교육청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는가”라며 “교육전문가들은 미래교육 환경에 대비하여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정부가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은 하지 않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공통된 공약이 되기에 이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자사고는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이나 취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재지정이 안 될 경우에는 일반고가 되게 된다”며 “정부는 이번에 일선 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취소를 결정 받은 학교들에 대해 7월 안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교육적인 신중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좋은교사운동은 같은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상산고/동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합당한 결정”이라고 환영입장을 밝혔다.

좋은교사운동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핵심은 학교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행사하는 한시적인 특례조항을 지속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자사고로 운영되지 않는다 해서 학교가 폐쇄되거나 다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학생의 피해로 매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사고가 처음 도입된 2002년 이후 17년간 운영된 자사고 제도는 고교서열화, 일반고의 황폐화, 사교육 팽창, 교사의 소진 등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으므로,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자사고를 재지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교육청도 원칙대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자사고 제도를 계속 운영하기보다 모든 학교의 환경과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자사고를 없애고 하향 평준화를 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자사고를 둘러싼 찬반 양측이 모든 학교의 ‘상향 평준화’라는 동일한 목표 말하면서도 정 반대의 방법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 혼란과 피해는 학생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어른들의 현명한 결정과 책임감있는 모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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