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으로 다시 불거진 정교분리…정치와 교회의 관계정립

  • 입력 2019.07.02 16:46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0.jpg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으로 인해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 정치와 종교의 관계정립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종교는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 있는가 하면 종교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다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지난 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모습과 역할을 위한 시국선언(교회와 정치)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교분리와 교회 정치투쟁의 당위성’을 주제로 발제한 임성택 박사(전 그리스도대학교 총장)는 먼저 “기독교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 소위 ‘정교분리의 원칙’이 근거없고, 까닭없이 왜곡되고 변형됐다”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임 박사는 “우리 한국교회의 실태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민망하고 조롱 섞인 우려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세상사에 대하여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들 보기에는 가소로운지 몰라도 적어도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정치와 종교의 문제는 무 자르듯 명백하게 분리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 책임과 의무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만일 권세가 하나님의 선을 이룬다면 모든 백성은 마땅히 그를 다르고 존경해야 한다. 동시에 만일 그 권력이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일을 외면하거나 방해할 경우 당연히 국민들은 이에 대하여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는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보호하고, 그 권력의 부정한 사용을 감시하고 질책할 책무가 교회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성경이 분명하게 가르치는 정교분리의 실천 원리”라고 제시했다.

임 박사는 “교회가 직접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정치가들이 바르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목회자들은 권세에 대한 선지자직을 감당하고 훌륭한 기독 정치인을 골라 그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주제발제에 이어서는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박종언 목사(한장총 부회장), 이성민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이호선 교수(국민대학교 법학대)가 토론자로 나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김명혁 목사는 “교회와 정치가 어떤 바람직한 관계를 지녀야 하는가는 다양하고 복잡한 주제다. 나는 오늘 한국교회가 지녀야 할 역할에 대해 말하러 왔다”면서 “교회가 바람직한 모습을 지닌다면 정치에 관계하든 안하든 상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님은 교회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 하셨다. 착한 행실을 많이 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8가지 복된 길을 걸어가는 것이 신자들과 교회의 모습이어야 한다”면서 “그리할 때 정치도 사회도, 북한 문제도 모든 것이 바로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성민 교수는 “정치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심각하게 좌우로 나뉘어져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참된 교회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교회가 서로 진영이 다르다고 비난하고, 그러한 모습들이 노출되다 보니 아무도 싸우는 집에는 오려고 하지 않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끼리 서로 포용하지 못하고 저주하고 고발하면서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리가 하나되는 것이 먼저다. 하나 되어 국가를 향해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이 들을 것이다. 우리의 분열된 모습으로는 교회의 힘은 점점 잃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종화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가지고 정치, 경제, 교육에도 개입할 수 있다. 어떻게 개입하느냐가 문제”라며 “공공성으로서의 교회는 정치에 들어가면 정치에 예속된다. 종교가 정치의 하수인이 되어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한국에서 기독당은 하면 안 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기독당을 만들지 말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서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회가 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예수 믿는 정치인을 교회로 불러서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는 간접적 정치를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하자”고 제언했다.

인사말을 전한 대표 유만석 목사는 “한국교회에서는 정치에 대하여 종교지도자가 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반면 이에 대한 의견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국교계에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교계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을 초청하여 ‘시국선언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통합하고 소통하는 기회로 삼고, 한국교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모습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고자 한다”며 “허심탄회한 의견을 통해 한국교회가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