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정치를 말하기 전에

  • 입력 2019.07.04 13:2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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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가 적당할는지는 모르겠으나, 옛말에 ‘내 딸이 고와야 사위를 고르지’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내세울 것이 있어야 남 탓도 할 수 있다는 꽤 의미 있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근자에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곧잘 듣는 ‘지들이나 잘 허지!’라는 조롱 섞인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 또한 무슨 이유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우리의 주관적 평가와 상관없이 세상은 우리를 곱게 보고 있지는 않다는 증좌(證左)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야 차치하고라도 최근에는 교회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이른바 ‘교회의 정치 참여’에 관한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니만치 이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참정권에 관한 문제로서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직분에 관계없이)의 정치참여가 비록 일부라고는 하나 비난의대상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이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自省)이 있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헌국회에서는 당시 전체 의원 수 209명 중 50명이 기독교인이었다 하니 비율로는 약 24%정도인 셈이다. 이는 제헌국회가 개원할 당시 우리나라 전체 기독교인구가전 국민의 0.5% 정도였다 하니 엄청난 비중이라 하겠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관해 아무런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최근 어느 토론회에서 한국교회의 존경받는 목사 한 분이 ‘여야 불문하고 정치인들을 교회로 불러서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 보람되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교회가 부른다고 가르침을 받으러 올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당장 들려올 대답은 불을 보듯 훤하다. ‘지들이나 잘 허지!’회가 정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성도들로 하여금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도록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일에 좀 더 집중해야 순서에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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