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목양 칼럼] 불면, 도전과 응전의 밤

  • 입력 2019.08.04 08:1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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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은 1시 반 가까이에 잠이 든 것 같은데 3시 반에 잠이 깨버렸습니다. 아무리 다시 잠을 자려고 해도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중요한 약속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성경을 보다 새벽기도를 인도하러 나갔습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비슷했습니다.

요즘은 이런 일이 다반사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불면의 밤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소풍 가기 전날 밤 너무 가슴이 설레어 잠 못 이루었고, 글짓기 대회나 웅변대회를 앞두고도 밤새 뒤척이곤 하였지요. 또 여름밤엔 유난히도 은은한 달빛에 마음을 빼앗겨 가슴 설레는 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마당에 있는 평상에 누워서 별빛까지도 유난히 반짝이던 밤에, 지붕에 덮인 하얀 박꽃이 그 빛들을 되받아내고 있는 정경을 보며 상념에 잠겼지요. 신학교 시절에는 기도원에서 철야기도를 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저녁 내내 밤이슬을 맞으며 무릎 꿇고 기도하다가 마침내 안개 자욱한 기이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온 무등산을 운해로 만들어버린 그 서정적이고 영적인 풍광 앞에 저는 내달리는 영혼의 감성을 발현하며 더 목청껏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저의 영적 갈망이 안개 덮인 무등산에서 더 강렬하게 발휘된 것입니다.

세월은 저를 무드셀라 증후군의 기억 속에 가둔 채 그렇게 흐르고 흘렀습니다. 돌이켜 보면 어릴 땐 저의 서정성 때문에 불면의 밤을 경험했고, 젊은 시절에는 하나님을 향한 영혼의 갈망 때문에 밤을 많이 새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교회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잠을 못 이룹니다. 제가 한국교회 연합과 생태계 복원, 그리고 부흥운동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회개운동과 개혁운동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여전히 혼돈과 공허의 블랙홀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정치, 문화, 사회에서는 기독교 패싱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맴돌 때는 저는 잠을 못 이룹니다. “아, 왜 이 시대에 나는 목회를 하고 있는 걸까? 더구나 이 시대 한국교회 지도자로 부름을 받고 있단 말인가? 그냥 성장주의적 개교회 목회에 심취할 때가 행복했었는데...”

물론 저는 불면증 환자는 아닙니다. 모처럼 교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할 때는 꿀잠에 빠지거든요. 아니, 해외에 나가면 완전히 꿈나라로 떨어져 버립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현실을 바라보면 불면과 싸워야 한단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저는 총회 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를 하게 되어 선거운동에 관한 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죠. 그렇지만 교계 현실을 바라보면 마음이 심란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뛰어도 별로 이루어진 일도 없고 허탈감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서는 제가 부총회장과 총회장이 되어 총회와 한국교회를 섬기게 되면 뭔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난세에 하나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셔서 공적 직분을 주시고 그 공적 직분을 통하여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를 세우실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도 가져봅니다. 그런 설렘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을 지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선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교단을 개혁하고 한국교회를 세울 수 있는가를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만나게 되면 그것이 빈 무덤을 쌓는 허망한 만남이 될 수 있지만 진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시린 가슴을 감싸주고 교회까지 세우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어떤 만남은 서로의 아픈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픔 속에서 신뢰와 존경과 사랑의 싹이 트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 불면의 밤들이 오늘의 저를 성숙시켜 온 것 같습니다. 늘 걱정 없이 밥만 잘 먹고 잠을 자왔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쯤 교계의 적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 없는 문화와 역사는 사멸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불면의 밤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기회였고 더없는 하나님의 축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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