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 성 윤리 문제로 면직

  • 입력 2019.09.09 20:2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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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측 “사실관계 확인 후 대표 면직, 이사직 해촉 통보”

양 대표 “제 삶이 제 말을 정직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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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뜻숭의교회 부설 청어람 아카데미로 2005년 시작해 올해 14주년을 맞은 청어람ARMC. ‘한국교회와 사회의 새로운 상상력과 담론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비전을 충실히 실현해온 단체가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의 성 윤리 문제로 큰 고비를 만났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꼭 검토해야 할 주제가 무엇인지 제안하고, 통과해야 할 토론을 외면하지 않도록 강좌, 세미나 등을 기획하여 꾸준하게 담론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온라인 강좌와 팟캐스트를 제작하여 온라인 공간의 저변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낙원상가에 120석 규모와 30석 규모의 강연장을 마련하여 시민단체와 아카데미, 기독교 단체들을 아우르며 사회문화 운동과 지식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합니다.”

청어람ARMC는 올해 거점을 명동, 신촌에서 종로로 옮기며 다양한 담론의 장을 만들고, 온라인 공간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청어람ARMC 이사회는 양희송 대표 일신상의 문제를 인지했다.

청어람ARMC 이사회는 9일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양희송 대표의 면직, 이사직 해촉을 알려왔다. 이사회는 “사건 당사자들과의 기본적인 소통과 확인을 거쳐 (양희송 대표가) 청어람ARMC 구성원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대표 면직과 이사직 해촉을) 본인에게 통보했다”며 “한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조직으로서 그 전말 모두를 다루기에는 역할의 한계와 실제적 난점이 있었기에, 사실확인에 있어 부분적이거나 어느 당사자에게는 시도에 그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우리 이사회는 이러한 도덕적 흠결을 안고 있는 이가 그리스도인의 선한 양심과 지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청어람ARMC의 이사와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양희송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사과문을 게재했다. 양 전 대표는 “저는 수년간 아내 모르게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어 왔다. 제 불륜은 온 가족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고, 저에게 기대와 신뢰를 보여 주신 분들에게도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끼치게 됐다”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양 전 대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앙인으로서 또한 설교자로서 저의 삶이 제 말을 정직하게 담아내지 못한 결과”라고 고백하면서 모든 공적 활동에서 물러나 참회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양 전 대표는 “이런 참담한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믿음의 선후배들과 동역자들이 느낄 배신감과 황망함을 어찌해야 할지 아득하다.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다. 고통받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충격과 실망 속에 계신 모든 분께 사죄한다”고 사과했다.

양 전 대표는 2014년 저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통해 한국교회가 직면한 100만 성도 이탈 현상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다음세대 사역을 위한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가 한국교회에 던진 묵직한 화두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한국교회가 어떻게 ‘가나안 성도’들을 품어낼 것인지 연구하면서 10년 이상 많은 가나안 성도들을 만나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들의 필요와 지적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교회 밖의 모임’ 등 기존 교회 공동체를 대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소식은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그의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발견해온 많은 이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사회는 “청어람ARMC의 후원자. 구독자 그리고 공론장의 성도와 시민 여러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청어람ARMC의 임직원들 역시 적잖은 충격과 실망을 겪고 있지만, 낙심치 않고 선한 사업을 지속하기를 소망한다. 청어람ARMC의 모자람에 대해 질책해 주시고, 회복을 위해 격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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