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때(1)

  • 입력 2019.09.19 13:5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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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1905년 12월 미국 주지사 스투넨버그의 집 앞에서 폭탄이 터졌습니다. 주지사는 자신을 암살하기 위한 폭탄이 설치된 사실을 모르고 출근하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해리 오처드를 범인으로 체포하였습니다. 그는20세에 가출하여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22세에 결혼을 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버리고 홀로 록키산 탄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노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에 앞장서다가 암살과 테러에까지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무고한사람들이 서성이던 콜로라도의 정거장을 폭파하였고, 아무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하였습니다. 그의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주지사 암살사건으로 그를 체포하게 되었습니다. 체포된 후에도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증거부족으로 사형을 면한 후 남은 생애를 무기징역으로 감옥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가장을 잃은 주지사의 가정은 비통에 젖어있었습니다. 많은 친척과 저명인사들이 찾아왔지만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주지사의 부인이 자녀들에게 오처드를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가족들은 마음에 쌓인 원한을 풀려는 줄 알고 만나서 좋을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지사 부인은 전혀 뜻밖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를 용서하고 싶구나!”그녀의 말을 들은 자녀들은 어머니의 제안을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해리 오처드는 감옥에서도 독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자신은 무고한 사람이라고 하며 주지사는 죽어야 할 사람이었다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간수를 괴롭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늘 다른 수감자들과 싸워서 독방에 갇혀 있기가 일수였습니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면회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의아해하며 면회실로 나왔습니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작은 성경책 하나를 건네주고 돌아갔습니다. 성경책을 받은 해리 오처드는 그것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습니다. “나는 이따위 쓸데없는 책이 나를 구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그때 그의 등 뒤에서 간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자네가 죽인 주지사의 가족이야!” 주지사의 부인과 자녀들은 계속 해리 오처드를 찾아왔습니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대화가 시작되었고, 대화의 내용도 깊이 있게 변해갔습니다.

해리 오처드는 어릴 때 계부로부터 받은 상처로 세상과의 관계를 끊고 세상을 증오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주지사의 미망인과 자녀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올 때마다 주고 가는 성경을 어느 날부턴가 읽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해온 일들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을 매일 찾아오는 주지사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주지사를 죽인 일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주지사의 가족들이 다녀간 저녁에 그는 간수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모든 죄를 고백하였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간수는 놀랐습니다. 당시까지 밝혀지지 않은 대형 범죄들과 사고들이 모두 그의 짓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양처럼 순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후 해리 오처드는 자신의 범죄를 모두 인정하였고, 주지사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다시 진행된 재판에서 그는 주지사 미망인의 탄원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일생을 마치는 날 그의 이름은 <흉악범 해리 오처드>가 아니라 <감옥의 성자 해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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