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도권 교회…교인 만족도 높지만 신학적 조망 작업 필요

  • 입력 2019.10.22 15:35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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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국가나 사회 체제에 포함되어 주류를 이루는 범위’를 제도권이라 한다. 신자들의 공동체나 조직을 의미하는 ‘교회’가 법이나 관습에 의해 세워진 제도권에 속하지 않고, 여러 형태의 신앙 공동체로 변모한 ‘비제도권교회’가 늘어나는 추세다.

교회가 비제도권으로 존재할 때 보통은 기존 교단에 적을 두지 않는 형태로 자립한다.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하여 비제도권 교회 실태를 조사하고, 18일 ‘2019 교회탐구세미나’를 통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제도권 교회와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개신교인들의 인식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각각 500명, 227명에게 설문했다.

조사 결과 제도권 교회에서 20년 이상 신앙생활을 했다는 응답은 43.2%로 가장 많았고, 비제도권 교회는 5년 이하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아서 대조를 이루었다. 비제도권 교회들이 비교적 최근 설립한 교회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제도권 교회 교인의 경우 61.8%가 ‘가족의 권유나 인도’로 출석하게 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비제도권 교회 교인의 경우 30.8%가 ‘본 교회 성도의 권유나 전도’, 29.1%가 ‘가족의 권유나 인도’로 출석하게 돼 상대적으로 가족이 같이 다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인터넷, SNS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출석’한 사람도 비제도권 교회의 경우 7.9%, 제도권 교회는 1.0%로, 양쪽 비교집단이 교회에 출석하는 경로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이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로는 ‘목회자가 인격적으로 신뢰가 가서’가 43.2%로 다수 응답됐고, 다음으로 ‘성도들 간에 관심과 배려가 있어서’가 38.3% 응답됐다. 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설교가 좋아서’(30.6%), ‘가족들이 다녀서’(29.0%) 등의 응답을 해 대조를 이뤘다.

신앙생활의 이유에 대해 질문한 항목에서 양쪽 다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를 1순위로 꼽았지만, 제도권 교회 교인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를 2순위로 꼽은 데 반해 비제도권 교회 교인은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해’ ‘예수의 삶을 따르기 위해’ ‘진리를 추구하고자’ 등 자신의 신앙 이유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평신도의 교회 내 의사 결정 참여도에 대한 만족률 역시 제도권 교회는 52.6%에 머문 반면 비제도권 교회는 89.9%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비제도권 교회가 보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비제도권 교회들의 경우 교인 수가 적은 소형 교회인 경우가 많아 교인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 기회가 더 많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양육 및 훈련이나 어린이·청소년 교육, 사회 참여 및 봉사에 있어서는 비교적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제도권 교회 교인들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고, 재정 운용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60.0%와 91.2%로 비제도권 교회의 교인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일예배를 폐지하고 평일에 예배드려도 된다’는 질문에 대해서 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61.8%가 동의하지 않았으나,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42.7%가 비동의해 약 20%의 차이를 보였다. ‘목회자 대신 평신도가 세례를 베풀어도 된다’에 대해서도 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비동의가 71.2%로 동의 12.4%보다 5배 이상 많았으나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동의가 50.2%로 비동의 24.7%보다 2배 이상 많게 나와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비제도권 교회의 사례는 목회자 없이 평신도들로 구성되었거나 목회자가 있어도 목회자로서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평신도 교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흔히 신학대학을 수료하지 않은 순수한 평신도들로만 구성된 교회를 의미하는 평신도 교회는 말 그대로 평신도 집단이 교회 운영 전면적으로 개입을 하고, 교회 조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날 결과 발표 및 분석에 나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평신도 교회는 목회자가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교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가 자발적 주체가 된다. 때로 안수 받은 목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성도들과 동등하게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평신도 교회가 특정 교단의 교리를 따르지 않고, 개교회주의적이며,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전혀 없다는 특징을 갖는 데 주목했다.

정 교수는 “조사에 나선 표본교회 14곳 중 주일에 모이지 않고 평일에 모이는 주중 교회 형태가 2곳 있었다. 그 중에는 교회가 아니라 수도원을 표방하며 교회보다 강한 결단과 헌신을 요구하면서 평일에 모이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정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가나안 성도’ 곧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표방하며 모이는 3곳 교회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개신교계에서 가나안 성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반응과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특정교단에 속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으로 정 교수는 ‘곧잘 이단 시비에 걸린다는 점’과 ‘연말 정산을 할 때 기부금 증빙을 해줄 수가 없는 점’을 꼽았다.

후자에 속하는 교회들이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로 독립교회들의 연합체이다. 분당 할렐루야교회, 갈보리교회, 우리들교회 등 3000여 교회가 속해 있는 사단법인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연합회장 송용필 목사, 이하 카이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 교수는 “이 연합회에 속함으로써 교단을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개교회에 교단과 같은 틀을 제공 받고 종교 법인으로서 세금정산을 해줄 수 있게 된다”며 “이 연합회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존의 제도권 교회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교계에서는 사실상 교단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도 한다”며 이번 비제도권 교회 실태 조사 대상에서 연합회 소속 교회들은 비제도권 교회로 구분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한국교회가 비제도권 교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개인적인 소견을 전했다. 그는 “비제도권 교회의 출현을 새로운 교회론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신학 작업은 매우 귀한 일이다. 그러나 비제도권 교회를 추구하게 만드는 요인들 가운데 ‘자아 만능화’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와 점검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송 소장은 “비제도권 교회를 수립하려는, 혹은 참여하려는 자신의 동기가 합당한지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행동이나 활동이 아무리 고상하게 보여도 그런 행동을 하려는 마음의 동기가 올바르지 않으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 소장은 “복음주의 내에는 다양한 신학적·교회론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들의 주장을 존중해 줄 용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평일 예배’와 ‘무직분’은 성경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에 용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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