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정신 유구무언은 최고의 내공

  • 입력 2019.10.31 17:0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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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중국에 선교사로 갔던 어느 미국인 선교사가 어느 날 홍수에 휘말려 떠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이 선교사를 구해주었습니다. 선교사는 죽을 뻔했다가 살았기에 너무 고마워서 은인의 이름을 알고자했습니다. 일생 동안 잊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랬더니 구조해 준 사람은 껄껄 웃으면서“성경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름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나가다가 물에 빠져있는 사람을 보면 건져주는 것은 사람으로서 해야 할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인도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서는 이런 당연한 것들이 크게 기사화됩니다. 어느 택시 기사가 손님이 놓고 내린 돈뭉치를 파출소에 갖다 주었다고 훌륭하다고 기사화가 되었습니다. 자기 돈이 아닌 것을 갖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내 돈을 남에게 주어야 선행이지 남의 돈을 내가 쓰지 않은 것이 무슨 칭찬할 일이겠습니까?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당연한 것입니다.

 

누가 부모에게 좋은 옷 한 벌 사드리고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자랑을 하면 어떨까요? 또 부모가 자식 키우느라 고생한 이야기 하면 어떨까요? 좀 모자란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겠습니까?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제 자식을 위해 수고하면서 위세 부릴 것이 못 됩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위하고, 남편이 가족들을 위해 땀 흘리고 수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주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서 뭔가 일을 하면칭찬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기대에 어긋나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고, 때로는 불만을 토로하다가 교회를 떠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종입니다. 교회에서 일을 할 때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종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주인이 종에게 일을 시키고 나서 종이 그 일을 마쳤을 때 종에게 칭찬할까요? 종이 밭을 갈고 양을 치는 일은 당연한 것입니다. 종이라면 주인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그것은 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은 종의 자세에 대해서 “명한 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감사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눅 17:9~10)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전도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도가 되었으면 수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고전 9:16)라고 말을 했습니다. 종의 정신은 유구무언입니다. 자랑할 것도 없고 불평할 것도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말이 많은 것은 올바른 종의 자세가 아닙니다. 종은 그저 묵묵히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설혹 주인이 말이 안 되는 일을 하라고 해도그대로 해야 합니다. 프란체스코가 수도원장으로 있을때, 어느 날 두 사람이 수도사가 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프란체스코는 그들에게 각각 배추를 주면서, 거꾸로 심으라는 이상한 명령을 했습니다. 한 사람은 순종했고 다른 한 사람은 불순종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심은 사람은 수도원에 입문하게 되었고, 바르게 심은 사람은 입문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장이 그들에게 그렇게 명령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도사에게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냐 불합리적이냐, 농사짓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순종을 얼마나 잘하느냐 였습니다. 하나님의 종의 자세는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말없이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유구무언은 최고의 영성이고 최고의 내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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