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때(4)

  • 입력 2019.11.08 09:2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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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용서받지 못한 감정이 정서를 병들게 합니다. 혼날까봐 무서워서 주눅 들고, 위축되고, 소극적이게 합니다. 아이들이잘못하면 혼내기는 하되 상처가 되지 않을 만큼 해야 합니다. 바르게 가르치고 질서를 잡기 위해서 무섭기는 하되 도망가지 않을 정도로만 해야 합니다. 까칠하되 웃어넘길 정도로만 하고, 진지하되 긴장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책임을 지게 하되 수긍할 수 있을 만큼 해야 합니다. 책망 받을 것이 두려워 감추고, 숨고 거짓말을 하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입니다. 가장 좋은 치료는 용서입니다. 회복은 용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모든 것이 용서를 통해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약을 주기 전에 용서가 필요한지 살펴보세요. 안정제보다 안정된 마음이 낫습니다. 차가운 주사보다 따뜻한 포옹이 낫고, 억압보다 포용(包容)이 낫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용서입니다. 마음의 병, 심리적인 질병은 용서로 고쳐집니다. 용서하면 마음과 몸이 건강해집니다.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 받는 사람 모두가 평화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용서를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만일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 만일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네게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 하시더라【 누가복음 17:3~4】

수도원의 금식기간 중에 누군가 죽을 몰래 먹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금식이 끝나면 먹기 위해 준비해 놓은 식은 죽에 퍼먹은 흔적이 발견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거룩한 금식을 모독했다고 하며 수도원의 수치라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점점 더 심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몰래 죽을 먹은 사람은 수도원과 신앙을 배신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의 신앙에 해로운 사람이다.” “결국 한 사람으로 인해 수도원이 심판을 받을 것이다.” “반드시 찾아서 내쫓아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없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 ”사람들의 반응이 그칠 줄 모르고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보고 있던 원장 프란치스코가 죽을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죽이 도착하자 누군가 죽을 퍼 먹은 흔적이 보였습니다. 죽을 앞에 놓고 프란치스코가 말했습니다.

“모두 함께 죽을 먹자.” “아직 금식 중인데요?” “죽 먹은 사람을 정죄하다가 모두가 더 큰 죄인이 되느니 차라리 죽을 먹고 하나가 되자.”정죄하면 죄인이 되고 용서하면 친구가 됩니다. 잘못한 죄는 작은 죄이고 정죄하는 죄는 큰 죄입니다. 한 사람의 작은죄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더 큰 죄에 빠지게 됩니다. 죄는 용서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정죄하기 시작하면 더 큰죄의 출발점이 됩니다. 주님은 나의 모든 죄는 용서하셨습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너의 모든 죄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를 사하신 것처럼 너희의 죄를 사하는 것이 용서받은 자의 당연한 후속조치입니다. 용서는 남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나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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