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하지 않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인”

  • 입력 2014.11.03 20:4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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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소속 학회와 20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유석성)가 10월31일~11월 1일 충남 온양관광호텔에서 ‘평화’를 주제로 ‘제43차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매년 한국사회와 교회, 더 나아가 세계 교회와 인류사회에 대한 소명과 책임아래 오늘날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담론을 만들어 온 한국기독교학회(이하 기독교학회)는 2012년 ‘통일과 화해’, 2013년 ‘정의와 평화’에 이어 올해 2014년에는 ‘평화’라는 하나의 주제로 더욱 심도 깊은 학문적·실천적 담론을 나눴다.

특별히 이번 학술대회에는 현 예일대 신학대학원장인 그레고리 E.스털링(Gregory E. Sterling) 박사가 주제 강좌를 진행해 학술대회를 빛냈다.

유석성 기독교학회 회장(서울신대 총장)은 인사말에서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우리를 향하여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peacemakers)이 되라’고 하셨고(마5:9). 본회퍼는 이것을 ‘평화는 그리스도의 현존이요, 하나님의 계명’이라는 말로 표현했다”면서 “기독교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과제요, 책임”이라면서 “한국기독교학회도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회예배에 앞서 소망교회(담임 김지철 목사) 후원으로 제정된 ‘소망학술상’ 시상식에서는 위형윤 교수(안양대), 최동규 교수(서울신대), 김은혜 교수(장신대), 양금희 교수(장신대) 등 4명의 신학자가 목회 현장에 도움이 된 연구를 한 공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개회예배에 이어 시작된 주제강좌는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그레고리 E. 스털링 박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1박2일의 학술대회가 본격 진행됐다.

스털링 박사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자신이 예루살렘에 머물던 2000년 가을 목격했던 두 번째 인티파다(Intifada,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 때와 미국에 돌아와 목격한 9.11 사태 때의 기억을 소개하며, 다른 종교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그리스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공언하도록 허용해 주는 하나의 기독교적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털링 박사는 “거의 모든 경우를 보면 무장한 근본주의자들은 종교나 종파가 용인될 수 있는 유일한 종교라고 하는 배타적인 견해를 가지고 이러한 배타적인 종교적 견해를 종교적인 의제와 연결하고 있다”면서 “그것의 결과는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스털링 박사는 또 “우리가 우리 (종교)자신의 ‘전통에 대한’ 충실성을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충실성을 무효화시키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을 배우는 일은 중요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편협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모델들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 강좌 이후에는 이틀 동안 각각 13개 학회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관심을 모은 기독교윤리학회 논문 ‘디트리히 본회퍼, 그리스도교 평화주의자인가?’에서 김성호 박사(서울신대)는 “본회퍼의 히틀러 암살단 가담은, ‘폭력을 통한 저항’이기에 ‘비평화적’이라는 윤리적 정죄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의 자유안에서의 행동’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박사는 “본회퍼의 평화 개념은 오늘날 시대적 사유체계 가운데 자기 목적을 감춘 채 모방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른 현실 적합한 전환과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에 근거한 계속적인 사유를 요구한다”며 “본회퍼를 해석하는 이들은 자기 목적을 숨긴 채, 본회퍼의 입장들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늘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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