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정관, 교인 권리 제한하면 또 다른 불씨

  • 입력 2014.11.04 12:10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단헌법과 단체법의 원리 등 깊은 연구 필요

가능한 자세하고 명확한 규정 필요, 의사록 반드시 작성해야

 

교회분쟁의 예방과 해결에 교회 정관이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양인평 장로)은 지난 10월30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강남중앙침례교회 양수리수양관에서 ‘교회 정관 제정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주제로 제8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를 개최했다.

화해중재원은 지속적으로 교회정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교회정관이 교리에 맞을 뿐 아니라 사단법의 이론에도 부합해야 교회분쟁의 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모범적 교회정관이라고 공개된 시행정관 또는 시안들을 검토한 결과 사단의 본질에 어긋나고, 교인들의 권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고 담임목사 또는 당회의 전횡을 합리화하여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세미나가 기획되기에 이르렀다.

0.jpg
 

 

교회정관, 헌법에 기초해 제정되어야

‘교회정관과 법원의 재판’을 주제로 발제한 장우건 변호사(운영위원장)는 “교회정관을 제정하려면 기본적으로 국가 및 교단 헌법의 원리와 구조, 교회사, 단체법의 원리 등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정관만능주의의 오해에 사로잡혀 성경과 단체법의 원리를 무시하고 교회의 편의에 따라서 교인의 권리를 교회정관으로 제한하려는 시도는 교회분쟁의 또다른 불씨가 될 뿐”이라고 경계했다.

장 변호사는 가장 먼저 “권리능력이 없는 사단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 그리고 교회재산의 소유를 규율하기 위해 정관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교회는 노회, 교단 등 다른 종교단체와 같이 종교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교회정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회분쟁의 소송사건과 관련해 사법심사의 한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알렸다.

아울러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교회는 교단과 독립된 단체’이고, ‘교회는 소속교단과 독립하여 자치규범을 가지는 단체’라는 사실과 함께 ‘교회는 소속교단과 독립된 주체로서 자치법규인 교회정관을 제정할 수 있다’는 판시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교회정관은 교회분쟁의 예방 및 해결의 장치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장 변호사에 의하면 교회정관은 교회의 자치법규로서 소속교단과 독립하여 우선적으로 교회의 내부관계를 규율하게 된다. 따라서 성경적, 민주적,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교회정관이 제정되면 교회분쟁의 예방과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이다.

장 변호사는 교회정관을 제정할 때 가능한 자세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며, 특히 교회재산의 관리 및 처분, 사용, 수익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민법 제76조에 의거, 총회의 의사에 관하여는 의사록을 작성해야 한다면서 교회의 대외적 주장과 입증에는 총회의 회의록이 가장 우선적인 자료가 된다고 알렸다.

 

교회정관에 국가는 간섭 않는 게 원칙

일단 교회정관이 정립되면 이는 교회의 자치법규라 칭해지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제20조)와 결사의 자유(제21조)에 따라 교회의 자치와 자율을 존중하고, 교회법에 따른 교회의 행위(권징재판과 의결)에 대해서 국가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교회 내부의 고유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법심사와 개입을 부정하고 있지만 교회의 재산분쟁, 외부적인 대표권에 관한 분쟁은 사법심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교리문제, 권징재판과 교회 내부에서의 개인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교회 내부의 고유한 사항으로서 법률적 쟁송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종교단체 내부에 관한 사항이라도 그것이 직접 개인의 권리의무의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 교회가 정한 규칙에서 중대한 절차를 명백히 위반하여 정의관념에 반하는 경우, 권징결의의 내용이나 결과가 개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사회질서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교회 내에서의 자율적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법원의 소송사건 통계를 보면 교회의 권징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권징재판이 교인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올바르게 시행되고 있는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숙고할 문제”라고 과제를 던졌다.

00.jpg
 

 

무조건적 제소 금지는 헌법에 위배

교단 내 혹은 교회 내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법원에 제소하는 등 내부 문제를 세상 법정에 내맡기는 사례가 급증하자 일부 교단들은 교단 헌법에 제소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장 변호사는 “제소금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권징재판으로 시벌할 수 있는지 여부와 제소금지결의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박탈하는 내용이므로 법원의 사법심사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그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회정관 등 교회법에 ‘법원의 소송에 앞서 조정 또는 화해, 교회재판을 먼저 거치게 하는 규정’은 제소금지와 다른 문제로써 국가 법원에의 제소를 봉쇄하고 있지 않으므로 재판청구권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회의 재산을 유지재단에 편입시켰을 경우, 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시 교회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눈길을 끌었다. 감리교와 침례교, 장로교 일부 교단 등 교회 건물을 비롯한 재산 일체를 유지재단에 편입시킨 교회들은 교단을 탈퇴하고 싶어도 재산을 모두 두고 나와야 한다는 판단으로 그 결정에 있어 곤욕을 치러왔다. 하지만 교단이 교회의 재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효력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장 변호사의 해석은 교회들이 거취를 결정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해중재원 세미나에서는 장우건 변호사의 발제 외에도 서헌제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가 ‘교회의 정관과 교회의 운영’, 이석규 세무사가 ‘교회정관과 교회의 재정’을 주제로 발제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