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기증인 이식인들이 함께한 ‘신기한 산행’

  • 입력 2019.11.19 19:42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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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고귀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신장기증인들과 그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식인들이 함께 한라산으로 가을 산행을 떠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11~13일까지 새생명나눔회(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의 모임)와 ‘신기한 산행(신장을 기증한 사람들의 한라산 산행)’를 진행했다. 한화생명(대표이사 여승주, 차남규)이 후원하는 이번 산행에는 생존 시 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이 52명이 참여했고, 2박3일간 한라산 등반을 비롯한 에코랜드 테마파크 관광 및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부부가 모두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권재만, 김교순 씨를 비롯해 7쌍의 부부 신장기증인들과 대를 이어 생명나눔을 실천한 부자 및 모자 신장기증인, 자매기증인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족 단위 기증인들이 참여했다.

이번 산행에 참여한 이들 중 최고령으로 30여 년 전 1년의 차이를 두고 남편과 아내가 모두 신장을 기증한 권재만(86세, 1992년 9월 30일 기증), 김교순(81세, 1993년 8월 26일 기증) 부부는 8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한라산 산행에 도전했다. 이들 부부는 “신장을 기증한 뒤에 오히려 더 열심히 건강관리를 했더니 체력은 젊은이 못지않다”며 등반에 열의를 보였다.

이들 이외에도 생존 시에 신장과 간을 모두 생면부지 타인에게 기증한 이들이 5명이나 참석했다. 그 중 신장과 간을 타인에게 기증했을 뿐 아니라 헌혈도 500회 이상 참여해 헌혈왕이라고 불리는 손홍식 씨는 “나의 건강한 신체 일부를 나눠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새생명나눔회가 벌써 내년이면 3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이 놀랍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한 뒤에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산행이라 더욱 힘이 난다”는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산행에는 신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명의 이식인도 동행해 건강을 회복한 기쁨을 기증인들과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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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은 장기기증운동을 홍보하는 동시에 장기기증 및 이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매일 7.5명의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고통 속에 숨을 거두고 있는 현실(2018년 기준)에 새나회 회원들은 이번 한라산행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는 한편 많은 환자들이 이식만 받으면 얼마든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한라산 등반에 하루 앞서 제주 라파의 집을 방문해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을 격려하며,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와 쉼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 정리 등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1991년 1월 24일, 국내 최초로 생명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박진탁 이사장 역시 아내 홍상희 씨(1997년 6월 12일 기증)와 함께 참여했다. 박 이사장은 “신장 기증과 이식 후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새생명나눔회원들과 함께 10여 년 전 백두산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한라산을 오르게 돼 더욱 뜻깊다”며 “생존 시 신장기증 후에 건강이 나빠졌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신장기증인들이 직접 한라산을 오르며 건강한 모습을 사회에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새생명나눔회는 지난 1991년 신장을 기증한 사람들의 모임(신기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후 1997년 새생명나눔회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생명나눔운동 활성화를 위한 홍보에 앞장서는 것과 더불어 체육대회 및 등산 등을 통해 신장을 기증하거나 이식받은 후에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일찻집을 운영해 도움이 필요한 장기부전 환자들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매년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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