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우울증이 교회 밖보다 심각하다”

  • 입력 2019.11.28 17:2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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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잇따른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현대인들이 정서적·심리적인 문제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의 질병들은 과거 얼마 동안 ‘배부른 소리’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자살과 범죄로까지 부지기수로 확산되자 그 심각성에 경각심이 날로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대인들은 몸에 상처가 났거나 신체적인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엔 대체로 지체없이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받지만 심리적인 질병은 대부분 방치하고 있다.

로뎀나무상담센터 윤남희 원장(로뎀나무교회 담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대인들은 전부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교회 밖보다 교회 안에 우울증 환자가 더 많다. 신앙인들의 정서적 문제에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교회 안의 우울증이 교회 밖의 우울증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신앙인의 경우, 예수 믿는다는 사람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하는 것 자체가 믿음이 없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하는 정서가 존재하여 드러난 것보다 숨어있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윤 원장은 “교회에서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정말 소통이 안 되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각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한 뒤 조별로 그림을 하나가 되게 만들라고 미션을 주면, 일반인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의 그림들을 연결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내지만 교회팀은 12팀 중 단 한 팀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상담학을 공부하던 시절 정신과에 자원봉사를 가면 80%가 성도들이다. 성경말씀도 너무 잘 알고, 부모님이 목사, 장로에 최소한 집사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에 의해 세상을 좁게 보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예수 믿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강압적인 규율 속에 살다보면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정신줄을 놔버리게 된다. 신앙생활을 율법적으로 하면 안 된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 안에서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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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윤 원장은 “우울증은 못 고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우울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살아가다가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상에서 떠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마음껏 즐기면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교회 안에서 힘들다고 하면 기도하라고, 기도하자고만 한다. 교회는 이 사람이 왜 기도를 못하는지, 왜 기도가 안 되는지 그 마음을 나누고 하나님 안에서 바로 서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상담을 통해 치료받으면서 말씀과 기도로 보완하면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 원장은 “어린 시절 우리 안에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 작업에는 우리가 가진 긍정성이 매우 큰 동력이 된다”면서 “예배와 찬양과 말씀 속에 사는 크리스천들은 교회 밖의 사람들에 비해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를 접하기 때문에 상담으로 인한 치료효과도 높고 재발률도 현저히 낮다”고 희망을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우선되는 것은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고, 치료받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상담센터로 발걸음하는 것이다.사실 정신과보다는 덜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상담센터 또한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편만해 있다.

윤 원장은 “이상하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담소는 이상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해 가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기 두려워한다.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고, 보고싶지 않아한다. 설사 자신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지적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상담소에 오길 꺼려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상담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체적인 질병이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분노장애나 성격장애를 고치기 위해 몇 만원 지출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러다 견디기 힘들 정도에 다다르면 정신과를 찾게 된다고.

윤 원장은 “이처럼 어려운 장애물들을 헤치고 상담센터를 찾아온 내담자들에게는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든다. 이 사람의 마음이 왜 아픈지 하나님께 물으며, 그 사람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듣고 열심히 놀아준다”면서 “내가 세운 치료계획보다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하며 감정을 끌어낼 때 행복감이 증대되고 치료효과도 높다”고 했다.

끝으로 윤 원장은 “죽을 것 같던 엘리야가 로뎀나무 밑에서 쉼을 얻었던 것처럼 내가 하나님의 통로가 되어 안정과 평안함을 줄 수 있는 역량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내담자들에게 꿈과 비전을 찾아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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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상담센터는 2012년 3월 설립됐다. 어려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윤남희 원장은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에 시달려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베체스트'라는 희귀병이 발견됐고, 악화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 40일 작정기도에 돌입했다. 그때 기도의 동역자로 함께했던 집사로부터 상담학을 알게 됐고, 공부하던 가운데 자신의 병이 ‘심리의 신체화’라는 것도 알게 됐다. 마음의 질병이 신체로 투영되어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것. 상담학을 통해 자신의 질병을 이겨내고 있는 윤 원장은 로뎀나무상담센터를 설립하고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안수를 받고 목회자가 된 윤 원장은 상담센터에 로뎀나무교회를 설립했다. 교회 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정서적 문제로 교회공동체에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하기 위해서다. 윤 원장은 치료과정을 마친 뒤 다시금 삶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중간역할을 하는 교회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문의 031-408-7179, http://rdtc.itp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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